“남쪽으로 길게 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로 남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가지고 있는 용산” 서울 용산이 강북개발의 전초기지로 부각되면서 이곳 부동산시장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들고 있다. ‘제2테헤란로’를 꿈꾸는 한강로 2~3가의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한남동ㆍ보광동ㆍ이태원동ㆍ동빙고동ㆍ서빙고동 일대 33만1,000평 규모에 추진중인 한남뉴타운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강변을 따라 이촌동ㆍ서빙고동 등에 조성된 고급 아파트촌의 아파트 시세도 크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와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등 정치권이 앞다퉈 호재성 용산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주민들의 얼굴엔 활기로 가득 차 있다.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용산은 서울 도심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충지다. 마포구 등 6개 자치구와 접하고 있는데다 한강을 잇는 한남ㆍ동작ㆍ반포ㆍ한강 등 6개 대교와 맞닿아 있고 경부고속철도가 지나간다. 또 용산가족공원, 효창공원, 한강시민공원 등 도심공원이 많아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첨단산업의 메카인 전자상가가 자리잡고 있고 상업시설 및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특히 외국인 거주자 또는 방문객으로 붐비는 미8군기지, 많은 외국공관 및 문화원, 이태원관광특구 등이 있어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창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시는 강남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강북개발을 이끌 거점으로 용산을 꼽고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강북지역을 강남수준의 주거지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발표한 ‘U턴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대상도 용산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삼각지와 용산역 일대 100만평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돼 최고 350m 높이의 고층빌딩이 들어선다. 또 한남뉴타운은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층 미니 신도시로, 한강을 바라보는 서빙고 아파트지구는 고층 주거단지로 정비되며 남산과 남산공원, 108만평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들어설 용산민족공원은 녹지축으로 연결된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에 이어 용산개발을 통해 서울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바꿔놓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장 후보들도 용산의 생태녹지축 복원, 서울시청의 용산이전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용산은 이미 개발열기에 휩싸여 있다. 얼마 전까지면 해도 고층빌딩이라곤 몇 안되던 한강로 일대에 30~40층대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GS용산자이와 벽산메가트리움이 입주를 마쳤으며 시티파크, 파크타워, 대우월드마크 등은 내년 또는 오는 2008년 입주한다. 특히 3종 주거지역이었던 국제빌딩 주변의 특별계획구역이 최근 상업지구로 지정됐으며 이 지역 데이콤빌딩 인근 5,420여평의 노후 단독주택지에 최고 높이 74m, 25층짜리 아파트 3개동(271가구)이 건립된다. 한남뉴타운도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발지원으로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주민 허모(46세)씨는 “한국의 센트럴파크가 될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으로 용산이 강남 을 능가하는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강북개발의 중심인 용산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용산개발 바람은 부동산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재개발이 구체화되고 있는 국제빌딩 주변의 지분시세가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평형대 단독주택은 평당 6,000만원, 상가는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 3월에 비해 평당 1,000만원 정도 오른 것이다. 하지만 매물을 찾기 힘들어 거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용산민족공원 조성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시티파크와 파크타워의 40평형대 입주권 프리미엄만 6억원 정도로 지난해 말보다 5,000만~1억원 정도 뛰었다. 한남뉴타운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혜택 등이 주어지는 재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몇 달 전까지 평당 2,000만원이 안됐던 10평 미만의 지분값이 평당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후암동ㆍ이태원동ㆍ해방촌 등 용산의 낙후지역도 용산 부동산값 오름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용산을 대표하는 이촌동ㆍ서빙고동 등 고급 아파트촌의 시세는 강남 못지 않다. 동부이촌동 GS한강자이 54평형은 15억~17억원으로 연초대비 2억~3억원씩 올랐다. 서빙고동 신동아 31평형도 8억5,000만~9억원으로 두달새 5,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동부이촌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이 거의 안나와 거래가 뜸한 편”이라며 “하지만 수요자들은 용산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문의가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