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능력 갖춘 인재 선발에 중점"

[입학사정관제도를 묻다] 박정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
학생들 쇼핑하듯 '스펙쌓기'는 금물
적성·자기주도적 활동·교양등 중요
정부, 제도 정착위한 속도조절 필요

박정일 입학관리본부장

SetSectionName(); "창조적 능력 갖춘 인재 선발에 중점" [입학사정관제도를 묻다] 박정일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학생들 쇼핑하듯 '스펙쌓기'는 금물적성·자기주도적 활동·교양등 중요정부, 제도 정착위한 속도조절 필요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박정일 입학관리본부장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전국 대학들은 2009학년도에 4,550여명에 불과하던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을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3만7,600여명으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과 정원이 점차 늘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한 선발 결과를 두고 '그래도 내신이 좋은 애들만 합격한다' '학생의 잠재력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입학사정관제를 겨냥한 새로운 사교육이 성행하는 등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올해 약 1,200여명의 신입생을 입학사정관제도로 선발한 서울대의 박정일 입학관리본부장을 만나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생각과 수험생들을 향한 조언을 들어봤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1,200여명을 입학사정관으로 선발한 데 이어 2011학년도에도 선발인원과 모집전형을 늘릴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학교 입장에서 입학사정관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중요한 것은 왜 입학사정관제도가 필요하게 됐느냐 하는 배경입니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었을 때는 그저 선진국에서 해놓은 것들을 열심히 따라 하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들이 해놓은 성과 중 '어느 것이 좋은가'를 판단해 선택하고 베끼는 수준에 치우쳤던 셈이죠. 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과서를 외우고 4~5개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만 잘해도 어느 정도의 수준은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장서야 하는 시대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육의 전반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주어진 것 외에도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학사정관제가 갖는 의미가 큽니다. -최근 문제점이 제기되듯 입학사정관제도가 결국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보기보다는 내신 1등급,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는 전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못 살려 학생을 선발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입학사정관제도는 성적과 상관없는 제도가 결코 아닙니다. 입학사정관제도는 기존보다 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한 전형입니다. 우수 학생의 기준이 과거에는 5개 선택지 중 하나를 잘 고르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우수 학생들, 즉 기본 학력이 우수하면서 창조적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제도입니다. 물론 서울대에도 고교 등급으로 3~4등급인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신 1등급이 몇 명이고 이후 등급이 몇 명이냐가 아니고 창의적 우수 학생을 좀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제도가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뽑으려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거의 방법이 5지 선다형을 잘한 학생을 뽑는 것이었다면 이제 학생을 성적 외적인 부분까지 다각도로 보려는 방법이 시도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도에 지원한 많은 학생을 접하셨을 텐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입학사정관제를 위해 이것저것 잡다하게 백화점 쇼핑을 하듯 스펙을 쌓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런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해 스펙도 많으면 좋다는 식의 풍조가 있고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그런 식으로 학생을 지도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스펙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펙을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교내 행사라 해도 거기서 자기가 주도적으로 생각하면서 능력을 발휘하면 그게 미래의 지도잣감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여러 가지를 폭넓게 가르쳐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전공에 대한 적성, 그와 관련한 노력ㆍ활동, 폭넓은 교양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고등학교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교 현장에 가면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 등을 소개하고 실제 고교의 현실도 점검합니다. 때로는 '이런 식의 교육을 해주십시오'라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일선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습니다. 단계적으로 서서히 지켜봐야 하겠죠.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입학사정관제도 정착이 빨라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에 '속도 조절'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잡음이 생길 때마다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럴 경우 문제를 고치고 좋은 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폐지만 주장하면서 제도의 앞날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어려움 극복 의지·리더십등 높이 평가 ■ 입학사정관들의 눈높이는…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 걸까.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뽑은 '기억에 남는 지원자 3명의 사례를 통해 입학사정관의 시각을 느껴보자. 1.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학업성취를 거둔 학생(생활과학대 합격) 학생 A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성취를 거둔 '의지'가 높게 평가된 케이스다. A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연락이 두절돼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았다. 어린 마음에 불우한 환경을 탓하며 방황도 하고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음을 다잡았고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느끼게 됐다. A는 고3이 되면서 90세가 넘어 연로하신 할머니가 자신과 동생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보육시설에 들어갔다. 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자기 학습을 해 학교 성적이 우수했고 보육원생들에게 학습지도까지 해줬다. 서울대는 A의 경우 학교에 입학한 뒤 장학금 혜택을 받고 공부하면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가 보여 A를 최종 합격생으로 선발했다. 2. 뚜렷한 지원동기와 모집 단위에 대한 관심을 가진 학생(인문대학 합격) B는 소위 학교에서 최상위권 학생은 아니었지만 지원하고자 하는 동기와 모집단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두드러졌다. B는 자기 적성을 살리기 위해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주도한 점이 인정됐다. B는 우주를 다룬 과학 관련 서적을 읽은 뒤 '신이 우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 점차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접 철학동아리를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했다. 철학을 부전공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폭넓은 독서를 한 뒤 감상문이나 서평을 썼다. 면접에서 B가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계기가 분명하고 지원 동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특히 많은 양의 독서 등으로 얻은 지식과 사고의 풍부함은 동급 학생들에 비해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다. 비록 현재는 수준이 높지 않을지라도 모집단위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을 높이 평가할 만한 사례였다. 3. 자기주도 학습태도와 리더십이 우수한 학생(자연계열 공과대학 합격) 학생 C는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다. 최근 내신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우수 학생이 모이는 고등학교 진학을 꺼려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지만 C는 우수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했고 자기주도 학습으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물론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교과성적 산출공식으로 점수를 산출했다면 합격선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C는 교내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었고 교과성적 외에 적성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다. C는 평소 수학ㆍ과학에 관심이 있었으며 교내에서 관련 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더 공부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후배들을 지도하는 등의 리더십도 보여줬다. 주도적ㆍ적극적인 학습태도로 지역의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도움말=신원동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전문위원)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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