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이 장기화하면서 백화점들의 가을 정기세일 신장률이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으로 크게 둔화됐다. 그동안 고소득층의 소비에 힘입어 유통업계 중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백화점에도 경기불황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이 지난 3~12일 실시한 가을 정기세일의 하루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가을세일 때보다 4~11%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24개점의 가을 프리미엄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4.7% 신장했는데 이는 지난해 가을세일 신장률 17%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현대백화점의 올 가을세일 매출 증가율도 4.1%로 지난해 가을세일 신장률 13%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죽전점과 본점 명품관 등 신규점 효과가 본격 반영된 신세계백화점은 가을세일 신장률이 10.9%로 지난해 11.7%와 비슷했다. 이 같은 가을세일 신장률은 7~12%에 달했던 올 여름세일 신장률에 비해서도 절반 가량으로 둔화된 것이다.
백화점들의 가을세일은 초반만 해도 개천절 연휴 효과로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악화로 세일 실적에 비상이 걸렸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막바지 세일 기간에 신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등 초특가 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쳤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품군별로는 명품과 화장품ㆍ잡화 등이 호조세를 이어간 반면 캐주얼과 아웃도어를 제외한 의류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명품 매출 호조에서 나타나듯 아직 최상위 고객의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상위 20% 고객은 주식ㆍ펀드 등 금융자산 손실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도 “금융위기를 감안할 때 그동안 백화점 매출을 이끌어온 명품 소비가 지속되리라 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상품 프로모션을 최대한 자제하고 현상유지에 주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