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파업 손 들어준 중국 정부

외국계기업 파업 정당성 인정
'노동자 권리 강화 신호' 분석

중국에서 지난 수년 사이 권익향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급증한 가운데 지방 노동당국이 이례적으로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 샤먼시 노동중재위원회가 지난 10일 한 외국계 기업 노동자 34명이 2월 벌인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보도했다. 문제의 업체는 싱가포르 자본이 투자된 전자회사 케웨이통?이다. 이 회사는 공장 이전을 놓고 지난해 5월부터 노동자들과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회사 측은 이전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가 복귀한 노동자 34명을 해고한 뒤 이들이 '회사 규정을 어겼다'며 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SCMP는 중국 법조계에서 정부가 근로자의 파업을 인정한 드문 사례로 이번 판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재위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방정부 노동국 산하기관으로 각종 노동쟁의의 1심 역할을 하는 노동중재위는 자국 노동자를 외국계 기업의 횡포에서 보호하려고 만든 독특한 기구지만 파업 같은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다. 파업이 대규모 소요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행 중국법에도 단체행동권(파업 등)이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권리라는 점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같은 화교국가 기업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화교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폐점하며 노사분규가 빈발하자 그간 간섭을 하지 않았던 지방정부가 화교 기업에 시범적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도 중국 점포 폐쇄를 둘러싸고 근로자들과의 마찰이 격화해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마트 근로자들은 사측의 분쟁합의안을 거부하고 사법당국에 배상을 청구한 상태로 현지 노동계는 과거 사측의 손을 들어온 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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