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문을 연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의 모델하우스.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로 분양 전부터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이런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듯 모델하우스 앞에는 20~30여개의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고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내부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 아파트와 관련한 설명을 듣는 방문객들로 붐볐으며 분양상담사와 상담을 하기 위해 20~30분을 기다리기도 일쑤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전세가 아닌 매매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겨우내 움츠렸던 건설사들이 성수기인 4월을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분양에 나서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 3만7,000여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청약 열기가 쉽사리 꺾이지 않으면서 건설사들도 올해 분양 핵심 아파트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청약성적도 좋다. 지난 3일 청약 접수한 동탄2신도시 '신안 인스빌 리베라 2차'는 577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2,000여 명이 몰려 4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청약이 진행된 경북 칠곡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3차' 역시 784가구 모집에 2,600여명이 몰려 평균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부분 마감됐다. 실제로 올해 2월 전국 평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5.56대1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34대 1로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어지는 아파트 청약 열기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월세가 늘면서 집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평균 68.1%를 기록해 200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63.2%로 2001년 12월(63.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광주(77.8%), 대구(74.1%), 울산(72.3%), 대전(71.2%) 등은 이미 70%선을 넘었다. 특히 올해 1·4분기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통장을 사용한 1순위 청약자는 10만7,7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부쩍 증가한 모습"이라며 "매매로 마음을 바꾼 세입자들이 자금 조달 등이 비교적 쉬운 분양 시장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다양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렴한 분양가를 무기로 한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약접수가 마감된 동탄2신도시 신안 인스빌 리베라 2차 84㎡형의 분양가는 이전 분양한 아파트보다 3,000만원 가량 낮았으며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 역시 주변 시세보다 3.3㎡당 50만원 이상 낮은 1,950만원대에 공급됐다.
입지가 뛰어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도 집중 공급되고 있다. 이달 서울에서만 2,000여가구가 일반에 공급되며 2·4분기 전체로는 1만가구 가까이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분양하는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를 비롯해 '역삼 자이', '목동 힐스테이트', '길음역 금호 어울림', '아크로힐스 논현' 등이 분양을 앞두거나 현재 분양 중이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대규모 택지지구 아파트도 대거 공급된다. 이중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미사 강변 2차 푸르지오', '평택 용이 금호어울림' 등이 눈에 띈다.
엄진영 피알페퍼 팀장은 "입지 여건이 좋은 재개발·재건축단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며 "특히 4월에는 지방 혁신도시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알짜 아파트 단지가 대거 분양될 것으로 예상돼 청약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권경원·김상훈·신희철·조권형 기자 jun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