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이 현대그룹이 나갈 여정의 첫 번째 고지 혹은 정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다짐해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금강산 사태로 그동안 두문불출했던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의 생각과 일상생활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 사보 인터뷰에서 취임 5주년을 맞는 소회에 대해 “취임 초부터 경영권 위협의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에 마치 전쟁터에 놓인 기분이었다”며 “특히 북한과의 경협사업과 관련해 여러 힘든 일들을 겪다 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최근 금강산 사태 등으로 사기가 떨어진 그룹 계열사 직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감과 동시에 그룹 재도약의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 회장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취임 초기에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금니가 다 빠졌다. 딱히 끄집어내기 힘든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자다가 깨서 이를 꽉 물었나 보다”고 어려운 심경을 토로했다. 현 회장은 “나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 정 회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가만히 상상해본다. 자기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누군가의 입장이 돼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감도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에 대해 “현대가는 다른 기업가 집안에 비해 연애결혼이 많다. 따라서 사윗감으로 특별히 원하는 조건은 없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본인들이 서로 좋은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다만 심성이 착했으면 좋겠고 두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비슷했으면 한다. 경험에 의하면 생각이나 행동하는 방식이 비슷한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학창시절 강사를 해보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고 직업 테스트에서 제일 적성에 맞는 직업이 기자, 맞지 않는 직업이 비서였다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양식보다는 토속적인 음식이 더 끌린다는 현 회장은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히스이 고타로의 ‘3초 만에 행복해지는 명언 테라피’를 추천했다. 그는 “단순히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재미있고 간단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머리를 식히기에도 좋고 삶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릴 스트리프가 출연한 영화 ‘맘마미아’를 재미있게 봤다는 현 회장의 주량은 여전히 와인 1잔이며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는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 조수미의 ‘나 가거든’, 장윤정의 ‘꽃’이다. 그는 또 뉴스뿐 아니라 드라마도 챙겨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