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 늘었지만 구상금 청구 미미

인혁당 사건등 피해 가족 권리구제 봇물
'나라 호주머니'서 매년 수백억원대 지급
책임소재등 불분명해 구상권 청구엔 한계

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시국 사건 관련, 국가배상금 중 최고 금액인 245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처럼 국가와 공무원의 고의 및 과실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에 적극 나서면서 국가 상대 소송이 최근 들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에게 245억원(이자 포함 637억원), 세무사 시험 인쇄사고 1인당 30만원, 경찰 실수로 성폭행 피해 두 번 진술한 피해가족에 500만원, 주한미군 기름유출 오염사고 18억원…. 국가 배상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가와 공무원의 과실에 의한 피해배상과 관련한 소송제기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피해 입은 국민이 적극적으로 법적 수단을 강구해 권리 구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지불하는 손해배상은 늘어나는 반면 그 책임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사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 늘어나는 국가 배상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가배상법에 의해 배상금이 지급된 규모는 ▦2003년 104건 92억2,600만원 ▦2004년 106건 49억 9,300만원 ▦2005년 85건 48억 5,300만원 ▦2006년 98건 107억9,300만원이다. 2003년에는 대구지하철 참사라는 특이 사건으로 배상금이 급격히 늘어났었다. 당시 사망자 186명의 유족에게는 1인당 최저 1억원~최고 6억6,200만원, 부상자는 1인당 최저 600만원~최고 3억,4100만원이 지급됐다. 이후 2004년과 2005년에는 예년수준으로 돌아 갔으나 다시 2006년부터 증가추세다. 또한 미군군무원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지급되는 배상금(협정배상)도 2002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3년 342건 16억200만원 ▦2004년 394건 25억5,200만원 ▦2005년 325건 157억3,900만원 ▦2006년 193건 39억400만원이 협정배상금으로 지급됐다. 그러나 이는 국가배상법에 의한 배상금만 집계한 액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정책변경이나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인한 민법상 손해배상을 포함하면 ‘나라 호주머니’에서 나간 배상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국가 배상관련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다 포기해, 삼성 SDS에 물어주게 된 360억원도 결국 국가 예산에서 집행됐다. 1967년 제정된 국가배상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고의나 과실로 국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하도록 하는 법이다. 관할 검찰청을 통해서 배상을 신청할 수 있으며 정부는 배상심의회를 거쳐 배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 "국가에 의한 손해, 이젠 안 참는다" 국가 배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국민들의 ‘높아진 권리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의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국가가 관리책임을 소홀히 해 방지하지 못한 사고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구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영철 피해자 가족, 개구리 소년 부모, 한국전쟁 납북자 가족, GP 총기 난사 피해자 가족, 고(故) 김선일씨 유가족 등이 “국가가 의무를 소홀히 이행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군 비행 훈련장 소음피해 소송, 대기오염 소송 등 환경 관련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최태형 변호사는 “피해 국민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법적 권리구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재판부도 과거에 비해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힘을 싣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 구상금 청구는 쥐꼬리 그러나 국가배상은 늘어나는 반면 그에 따른 구상금 청구는 미미한 수준이다. 5공시절 대표적인 간첩 조작사건인 ‘수지김 사건’과 관련, 국가는 수지김 유가족에게 45억 7,000만원을 배상했다. 이후 국가는 당시 사건을 은폐ㆍ조작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과 윤태식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해 각각 9억원과 5억5,00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이밖에 안기부 예산 전용관련 한나라당 상대 소송, 고순도 금인 ‘금지금’ 탈세 관련 시중은행 상대 소송 등 국가 예산이 낭비된 사안에 대해서 구상금 청구소송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국가배상에 따른 구상금 청구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법무부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금액은 2002년 이후 매년 10억~5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고위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나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힘들어 구상금을 청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