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 클럽]올 기업 실적 어떻게 될까

유가증권 상장 274社
IT·소재업종 '흐림' 통신서비스·의료 '맑음'
매출·영업익 줄지만 순익은 전년比30% 급증 예상
27개 업종중 21개 이익 모멘텀… 저점 통과 기대감
"환율 1,200∼1,300원대가 기업에 큰 무리 없을듯"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도 힘겨운 시절을 맞고 있다. 자산감소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너도나도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수요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보다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고환율은 기업들의 시름을 다소나마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ㆍ영업익 줄고 순이익은 늘듯=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47개 주요 기업의 2009년 실적 전망치를 추정한 결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1.75%, 7.13% 줄어든 902조6,800억원과 5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순이익은 지난해 보다 30% 가량 급증한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거센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외형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순이익의 경우 환율 안정과 지난해 큰 폭의 감소에 따른 반사작용 등의 여파로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수출업종과 내수업종간의 편차가 극심해질 전망이다. 우선 IT업종의 경우 제품가격 하락과 소비둔화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1.7%로 줄어든 133조원에 그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69%와 20% 가량 줄어든 1조7,000억원과 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소재산업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먹구름이 낀 상태다. 다만, 통신서비스와 의료,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 업종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기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매출 회복은 어렵더라도 이익은 비용절감 효과 등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업종별로는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IT와 금융부분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적 저점 통과 기대감 ‘모락모락’=아직까지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올해 기업실적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실적 하락세가 지난 분기 또는 올 1ㆍ4분기를 정점으로 멈추면서 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업종별 기업이익 모멘텀이 지난 3월 20일을 기점으로 전체 분석대상 27개 업종 중 21개 업종이 사이클상 회복과 확장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이익개선이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달 전만 해도 전체 업종 중 3분의 2 가량이 이익모멘텀상 침체국면, 나머지 정도가 회복국면에 놓여 있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경기가 추가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올해 기업의 이익 추정치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이익모멘텀과 재고순환지표가 지난 200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상승세로 반전하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실물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는 국면 즉, 최악의 저점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환율 움직임에 주목해야=올해 기업이익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글로벌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우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해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 이익을 결정하게 될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고환율은 기업의 외화환산이익 등의 증가로 이어져 비영업 이익을 늘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은 수출기업들에게는 반도체 등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면서 채산성을 높여주는 무기로 작용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순상품교역조건이 나아진다는 것은 기업이익도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재 분야나 내수소비재 업체들은 원유나 철강 등의 수입단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200원대 정도의 원ㆍ달러 환율이면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은 선의 ‘적정 환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와 함께 원ㆍ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올해 국내 기업실적의 방향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1,200~1,300원 정도에서 움직이면 전체적으로 국내 기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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