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96% 복지에 쏠려 보건의료 '소홀'… 근무 의사 60% 계약직

화 키운 복지부 보건의료 실태 어떻길래
공채 출신 복지행정직과 달리 대부분 의료 인력 특채 뽑아
감염 분야 '투자 찬밥' 신세
보건 전문가 출신 장관도 노무현 정부 이후 달랑 1명뿐
"복지·보건 업무 전혀 달라 보건부 독립시켜야" 목소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확산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보건의료 부문을 보건부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지 부문의 예산비중이 96%나 돼 보건의료, 특히 감염병과 관련된 질병관리본부 같은 비(非)선호 부문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역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 53조4,000억원 가운데 보건의료 예산은 2조2,800억원으로 4.3%에 불과하다.

의사·간호사·약사 등 특채로 채용된 전문인력보다는 공채 출신의 일반·사회복지 행정공무원들이 승진 등에서 앞서 가는 점도 보건의료 부문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무현 정부 이후 13년간 10명의 외부 출신 장관 가운데 보건의료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대한간호협회장을 지낸 김화중 장관뿐이다. 대부분 정치인과 경제부처 출신 관료의 차지였다.

2003년 사스 파동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발족했지만 현재 '질병 수사관'으로 불리는 역학조사 전문인력이 20명도 안 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예산의 96%가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 사회복지 분야에 쏠려 있다 보니 보건의료는 우선순위에서 처질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대부분이 관련 교육을 받은 공중보건의이며 '진짜 공무원 역학조사관'은 2명뿐"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그나마 역사조사관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반면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직원 1만5,000명에 예산을 11조원 정도 쓴다. CDC는 의대 졸업생이나 역학 분야 박사를 선발해 2년간 체계적 실무교육을 통해 매년 약 70명의 역학조사 전문요원(EIS)을 양성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사건만 터지면 대학 병원의 감염내과 전문의를 차출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감당하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 질병관리본부도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역학조사 전담 요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장·차관 모두 경제·사회복지 전문가여서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번지는 초기 단계에 신속하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부문을 보건부로 독립시키고 예방의학 전문가 등이 태스크포스를 총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신속한 감염병 대처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또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는 의사 가운데 60%가량이 계약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복지와 보건의료는 업무 자체가 전혀 달라 보건부를 독립시키는 게 원칙에 맞는다"고 강조했다.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과거 의료수준 취약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던 시절에는 보건의료가 종속변수였지만 이번 사태에서 증명됐듯이 보건 분야는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할 핵심 업무인 만큼 이제라도 보건부를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945년 해방 이후 위생국-보건후생국-보건후생부를 거쳐 1949년 사회부와 보건부로 나뉘었다가 1955년 보건사회부로 다시 통합됐다. 이어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가족부로 개편됐다가 2010년 여성부 독립으로 지금의 보건복지부로 개편됐다. 하지만 약칭이 복지부일 정도로 사실상 복지부 기능에 충실해왔다.

의료계에서는 관리들도 고위직일수록 복지·보건의료 분야를 수시로 옮겨다니다 보니 업무의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적잖아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보건부로 독립시키거나 전담 차관이라도 신설할 것을 줄기차게 건의해왔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복지부에 보건의료 담당 2차관을 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복지부 본부와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연구원·국립병원 등 소속기관 현원 3,000여명 가운데 보건의료 관련 인력은 약 1,900명으로 숫자가 더 많다. 하지만 공채 출신인 일반·사회복지 행정직과 달리 보건의료 관련 인력은 특채나 계약직이고 직급과 승진이 늦다. 보건의료 관련 인력은 간호직과 간호조무직이 951명으로 가장 많고 보건행정직 468명, 보건연구관·연구사 216명, 의료기술직 142명, 의무직(국립병원 의사) 58명, 약무직 48명 등이다. 본부 현원 764명 가운데 보건의료정책실 인원은 250명이다. /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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