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예비시험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서민에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에서는 예비시험제가 고시의 폐해를 반복할 뿐이라고 맞섰다.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변호사예비시험제도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예비시험제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힌 전문가들은 비싼 등록금을 비롯한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예비시험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재규 대한변호사협회 청년부협회장은 "2012년 현재 25개 로스쿨 가운데 입학금을 포함해 연간 등록금이 2,000만원을 넘는 곳이 연세대(2,354만원) 등 여섯 곳에 달한다"며 "장학금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대여장학금은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해 로스쿨 진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양 부협회장은 "지난해 1월 감사원이 특별전형에 대해 감사한 결과 부유층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신분으로 위장하거나 자격 미달자가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며 "이러한 부정입학 사례가 밝혀짐에 따라 비단 특별전형에서만 그렇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층에 매우 불리한 입학전형 방식과 고액의 등록금 등으로 로스쿨 제도는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서민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사법시험 존치나 예비시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도 "로스쿨 제도가 부의 대물림이라고까지 칭해지고 있는 것은 고비용 문제로부터 드러나는 폐해"라며 "일본의 경우 예비시험을 도입해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자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창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예비시험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고시낭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의 예비시험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험이기보다는 시험기술이 뛰어난 20대 대학 재학생들이 시험만으로 법조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변호사 예비시험제가 도입 될 경우 진정한 경제적 약자에게 고시낭인 문제로 대변되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더욱 심각한 형태로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 비율을 지속적으로 증대 ▲전과목을 상대평가하는 학사관리 강화 방안 폐지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 현행 로스쿨 체제 하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로스쿨 시스템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