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윤리회복이 먼저다


윤리의식 약화는 사회 불안으로 이어진다.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비자금과 비리, 존속상해 등 수많은 사건의 뿌리가 윤리에서 시작되고 그 파장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윤리를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종종 사건을 상황논리나 개인 문제로 도외시하게 하고 책임소재도 모호하게 만든다. 문제는 비윤리적 선택의 결과가 기업과 사회ㆍ국가로 확대되면서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부메랑이 된다는 데 있다.

윤리 문제를 방치하면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한다. 도덕적 해이의 전형으로 알려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일본의 엔화절하 등 정책 실패는 당사국은 물론 수많은 관련국가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갑을ㆍ탈세 등 막대한 사회비용 초래

최근 미국에서 윤리과목을 필수로 채택하는 대학이 느는 것은 원인을 윤리부재에서 찾기 때문이다. 갑을관계ㆍ불량식품ㆍ존속상해 등 우리 사회도 윤리의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위이며 갈등으로 인한 비용이 매년 최대 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자원과 가치를 두고 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갈등은 결국 국내총생산(GDP)의 21%에 해당하는 비용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 아시아 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사회복지ㆍ교육ㆍ국민연금 등을 합한 예산은 GDP의 19%인데 부패에 의한 비용은 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안타까움은 모두를 보듬는 윤리적 지도자가 드물다는 데 있다. 윤리를 들어 지적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서양에는 지도층의 도덕성을 높이 평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전통이 있다. 우리에겐 조선시대 12대에 걸친 경주 최부자집의 도덕관이 유명하다. 흉년에 땅을 사지 말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며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는 등 가진 자로써 금욕과 사회공헌 실천은 후기 자본주의시대에도 되새길 만한 가훈이다.

양심사회 위한 담론의 장 넓혀야

가진 자의 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탈세범에 대한 추징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면 미성숙한 사회다.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고 말하던 김수환 추기경이 타계했으며 '무소유'를 평생 실천하다가 임종 때 자신의 저서를 절판해 금전 시비를 끊은 법정스님도 우리 곁에 없다. 중국은 국민독서법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손에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기성세대도 비윤리적인 것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현실에 포섭돼 희미해진 양심을 회복시키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세계은행은 '21세기 국가의 생산성은 신뢰성ㆍ투명성 등 사회적 자본이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깨끗한 양심에서 윤리적 판단이 가능하고 그런 행위가 관습이 되면 사회는 탄탄해진다.

비윤리는 인간의 본능인 욕구에서 비롯된다. 더 가지려는 탐욕은 먼저 이성에 의해 정제되고 사회의 가치체계에 의해 길들여져야 하는데 현실은 훈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위기다. 윤리에 견줘 자본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인데 균형이 깨지면 갈등을 빚고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윤리는 자연의 질서다. 불명확한 윤리의 실체가 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를 거스른 후 나타나는 결과는 법적 책임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 보다 성숙된 미래로 나아가려면 우리 사회에서 윤리회복에 대한 의견 교환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