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4월 30일] 유로존, 그리스 위기 결단해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오른 뒤 전임 정권이 자행한 재정적자 규모 은폐행위를 과감히 공개했다. 그는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자가 아니라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그리스에서 비롯된 신뢰의 위기가 이제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유로존 주요 지도자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있다. 그리스 국채시장은 거의 붕괴상태에 이르렀다. 그리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대인 19%대에 육박했고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단번에 3단계나 강등시켰다. 그리스의 채무부담은 더욱 커지고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노력도 헛수고가 되고 있다. 유로존은 300억유로 지원을 약속했지만 최대 공여국인 독일의 불분명한 의지로 실제 시행은 지체되고 있다. 그리스는 올해 250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430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유로존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유로존은 그리스가 채무상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상환기간을 연장시키고 충분한 자금지원을 집행해야 한다. 지원 규모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추정한 1,200억유로가량이 돼야 할 것이다. 이 정도가 돼야 시장의 동요는 잠잠해질 것이다. 반면 그리스가 모든 채무를 갚는 데 실패, 결국 디폴트를 맞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디폴트 시기를 늦추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로존과 IMF는 그리스가 경제 구조조정을 단행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폴트가 경기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스가 시장에서 자체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 때까지 외부 기구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그리스에 있다. 따라서 그리스는 지원에 따르는 가혹한 조건들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유로존은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불확실성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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