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잔을 돌리는 잘못된 음주습관은 A형간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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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모(37) 과장은 최근 회식자리에서 평소처럼 폭탄주를 제조해 술잔을 돌리려다 부하 직원들에게 거부 당해 머쓱해졌다. 최근 이 지역에서 유행했던 A형간염 때문이었다. A형간염이 기존 B형간염과는 달리 접촉만으로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잔 돌리기는 금기가 돼버렸다.
같은 직장의 최모(28)씨는 "남이 먹던 술잔을 받아먹는 게 싫어도 분위기를 깰까 봐 말을 못했는데 술잔 돌리는 문화가 없어져 회식자리가 더욱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질병이 음주습관도 바꾸고 있다. 최근 A형간염,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등의 질병이 급속히 번지면서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는 사람은 '질환위험을 전혀 모르거나' '백신을 맞아 항체가 이미 생성된 사람' 둘 중에 하나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음주습관은 실제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술잔 돌리기는 A형간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전염시켜=서로 술잔을 주고받거나 돌리는 습관은 과음 및 폭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질병을 옮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A형간염이다.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BㆍC형 간염과 달리 A형간염은 경구감염으로 타액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전문의(소화기내과)는 "한국인의 70%가 보유하고 있으며 만성위염ㆍ위궤양ㆍ위암 등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역시 술잔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며 "위 속에 있던 헬리코박터균이 위액이 역류하면서 입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도경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신종플루의 경우 호흡기 감염이 주된 경로로 술잔 돌리는 것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신종플루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만큼 100%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적지만 각종 성병 역시 술잔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입 안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임질이나 헤르페스 등 성병에 걸린 사람의 타액이 묻은 술잔일 경우 전염 가능성이 있다. 간혹 술잔을 휴지나 물수건으로 닦는데 이는 오히려 더 오염시킬 수 있는 만큼 각자의 술은 각자의 잔에 먹는 게 가장 위생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음주 전 위장약 복용은 알코올 농도 더욱 높여=간혹 음주 전에 위를 보호할 목적으로 위장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산제 계통의 위장약은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동시에 위벽에 존재하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동도 저하시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더욱 높인다. 또 술과 위장약 두 가지를 동시에 분해해야 하므로 간에 무리를 주게 된다.
빈속 음주는 위염ㆍ위출혈을 유발한다. 음주 전 가볍게 식사하는 게 가장 좋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우유를 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음주시 소화제를 먹는 습관도 알코올이 혈액 속으로 보다 빨리 흡수되도록 하는 만큼 피해야 한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술은 췌장에 좋지 않다. 만성췌장염은 섭취한 알코올 총량보다 자주 마실 경우 발생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이후 구토는 식도손상 유발=과음 이후 속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구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음주 이후 구토는 강한 위산이 역류, 식도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억지로 구토할 경우 위출혈이 발생하거나 기도가 막혀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구토가 잦은 경우 식도와 위의 경계부위가 터지는 '맬러리바이스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짧고 화끈하게 먹자'는 부류도 있는데 심장 등 순환기계 계통이 약한 사람이 술을 급하게 먹게 되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알코올 분해 능력 이상으로 술을 먹게 되면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뇌로 흡수돼 뇌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홍 전문의는 "음주시 치즈ㆍ두부ㆍ생선 등의 고단백 안주를 함께 먹고 빈속에 먹을 경우 소주보다는 흡수가 느린 맥주ㆍ막걸리를 먹는 게 낫다"며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술을 먹게 되면 2~3일은 금주해 간에 휴식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