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이 6개월도 채 안 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법정관리를 받은 건설사로는 최단기다. 보통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졸업까지 수년 이상 족히 걸리는 현실을 볼 때 극히 이례적이다. 우리가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삼환기업 조기졸업의 배경에 시장의 신뢰를 쌓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에 올랐고 이후 어음 70억원을 갚지 못하자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부실기업의 법정관리 과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법정관리 돌입 이후 이 회사의 행보는 다른 기업과 판이했다. 한달 뒤인 8월에는 소공동 땅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영세 상거래업체들의 소액채권 34억원을 모두 변제했고 협력업체 357개사의 회생채권 중 298억원도 일부 우선 지급했다. 자기부터 살자는 기업 행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너무 낯선 모습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경영진의 용단도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최용권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사퇴함과 동시에 본인 소유의 회사주식 전부를 직원복리와 사회공헌기금 용도로 출연했다.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법정관리 졸업은 이렇게 쌓은 신뢰의 결과물인 셈이다.
우리는 최근 기업을 망친 대주주가 법정관리를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다. LIG는 건설 자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2,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해 오너 3부자가 모두 기소됐다. 웅진홀딩스 역시 오너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 대표이사로 선임돼 공분을 샀고 그 결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모두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서 발생한 비극이다.
삼환기업의 최단기 부활은 기업에게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자서전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법정관리를 빚을 갚기 않기 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은 삼환기업을 전례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