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이더넷(Ethernetㆍ근거리통신망(LAN)의 대표적 프로토콜)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더넷은 1973년 5월22일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에서 냅킨에 도표와 개념을 요약한 메모에서 출발했다. 세상에는 데이비드 보그스와 필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더넷 기술 통해 집단지성 생겨나
1970년대는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IT) 혁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굉장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를 혁신의 황금기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때는 구글도 인터넷도 없었다.
진정한 혁신 문화는 이더넷이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비로소 촉발됐다. 40년 전 냅킨 메모지에서 시작된 이더넷은 더 큰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 이더넷은 전혀 흥미롭지 않은 단일 노드로 시작했다. 이후 진화를 거듭하면서 10Mbps에서 Gbps, 그리고 최근에는 Tbps를 넘어 멀티Tbps 속도까지 발전했다. 이제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건물이 없을 정도로 이더넷은 기업 업무에 필수 요소가 됐다.
그러나 초창기 혁신은 책상 위에 그냥 PC를 놓은 수준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더넷 발명 후 우리가 해야 했던 일 중 하나는 케이블을 들고 복도 중간에서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야 PC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의 업무가 가능해졌다.
한 사무실에서 시작된 이더넷 구축작업은 곧 제록스 연구소 전체로 확대됐다. 1970년대 후반 제록스 외에 다른 곳에도 이더넷을 설치했고 이후 쓰리콤(3com)사를 만들어 상업용 이더넷 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년 동안 이더넷은 네트워크 아키텍처 기반의 경쟁 관계를 종식시키고 LAN을 장악했다. 또 전 세계 모든 대륙과 섬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캐리어 이더넷(유ㆍ무선을 수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이더넷)을 통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광대역통신망(WAN) 기술 대신 개별 디바이스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지난해 캐리어 이더넷 매출은 처음으로 모든 WAN 기술을 합친 것을 넘어섰다.
이더넷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캐리어 이더넷을 받아들였다. 한국의 통신사들이 캐리어 이더넷을 핵심 유선 인프라에 적용하고 포천시청 같은 공공기관도 도입했다.
이는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캐리어 이더넷 기술은 전 세계의 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더넷은 글로벌 기업가 세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게 될 것이다.
혁신 속도 빨라지고 범위 넓어질 듯
필자에게 진정한 혁신이란 이더넷으로 인한 업무 환경의 변화다. 우리는 '집단지성'이라고 부르는 강력한 툴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냈다. 집단지성을 통해 빨라지는 혁신의 속도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다.
발명 40주년을 맞은 이더넷은 앞으로도 서비스 제공 범위를 전 세계적 차원으로 넓히고 기업에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와 인터넷은 이 시대에 집단지성을 가져다줬으며 현재와 과거의 성공과 실패 모두를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렇다면 향후 이더넷 발명 50주년에 누가 어떤 형태의 혁신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리고 다음 세대의 혁신가와 기업가들은 어떤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인가. 비록 10년 후의 비교적 짧은 미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상상은 무한히 커지고 있다.
/로버트 밥 멧커프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 교수(이더넷 발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