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유럽 위기] 獨 '긴축' 佛 '성장' 팽팽… 美 몸사려<br>해법보다 리더십 부재만 재확인 예상

■ G8 정상회의 위기 진화 대책 나올까
긴축 일변 메르켈 고립 심화 전망


그리스 위기가 고조되면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위싱턴포스트(WP)는 17일 "이번 G8 회의는 사실상 유로존 재정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의"라며 "유로존 위기가 이번 회의를 압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을 강조하는 독일과 성장을 내세우는 프랑스 연합전선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G8 회의장까지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뚜렷한 위기 해법이 없는데다 자칫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어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G8 정상회의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는커녕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상들은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해 성장과 긴축, 둘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합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원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독일의 고립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수와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이 신재정협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군이었던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마저 프랑스 쪽으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부담이다.

미국도 긴축 일변도의 독일 해법에 대해 부정적이다. WP는 "이번 G8 정상회의는 긴축 수장인 독일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온 미국 간의 엄청난 간극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시 충격파를 우려해 독일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독일이 백악관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FT는 독일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성장 카드를 꺼내라고 압박하는 정상들 때문에 메르켈 총리가 이번 G8 회의에서 긴축과 성장에 대한 논쟁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이나 다른 유럽 정상들과 정면 대립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적절한 타협점을 찾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영국 등 4개국 정상들이 G8 회의 전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위기 진화를 위해 공조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FT는 평가했다.

FT는 "이들 4개국과 유럽연합(EU)의 고위관리들이 정상회의에 앞서 화상회의를 갖고 유로존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며 "여기서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 강화와 성장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FT는 ▦유럽 투자은행 기금을 추가로 100억유로 확대하는 방안 ▦유럽연합(EU)의 역내 인프라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본드' 발행안 ▦이란 사태에 따른 원유시장 안정대책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G8 회의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외에 이란 핵 문제, 시리아 유혈 사태, 아프가니스탄 테러, 북한 핵실험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가 상승에 대한 비상대책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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