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나를 밀어내는 후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그들을 위해서 또 다른 길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5년생 최상호(51ㆍ동아회원권ㆍ사진)가 13일 경기 용인의 태광CC에서 개막된 제3회 시니어오픈에 참가, 국내 시니어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스코어카드를 낼 때 돋보기를 꺼내 쓰긴 했지만 지난해 1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를 기록했던 그다. 2004년 미국 시니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다가 쓴 잔을 마셨고 지난해 일본 시니어 대회에 2번 출전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규투어 선수로만 인식됐었는데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이제 국내 시니어 무대도 정규투어만큼 성장해야 할 때"라는 그는 "좋은 성적이 나면 스폰서가 늘어나고 규모도 커질 것"이라며 자신의 출전이 국내 시니어 무대 활성화에 밑거름 되기를 희망했다.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이 먹어갈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우승으로 내년까지 시드가 있는 만큼 내년에는 정규투어와 시니어 무대에서 모두 활동할 예정이다. 사실 최상호 프로의 국내 시니어 대회 출전을 두고 일부에서는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정규투어에서 벌만큼 벌면서 시니어 상금까지 챙기려고 하냐'는 말들이 떠돌았던 것.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 12일 하나투어ㆍ몽베르챔피언십을 마친 직후 이 대회에 출전한데다 14일 이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포항으로 가 16일부터 이틀 동안 정규투어 우승자들끼리 겨루는 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 대회를 치러야 하기 때문. 그러나 그는 "이제 국내 시니어 무대도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라며 "올해 정규투어에 외국인 문호를 개방하면서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고루 실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지 않았냐"고 말했다. 고민이 없지도 않았을 텐데 결심이 선 만큼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체력에 대해서는 "힘이 들기는 하겠지만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흘 이상 채를 놓아본 적이 없다"며 "체력이 더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해 요즘도 전성기 못지않게 연습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그는 "요즘 젊은 선수들하고 드라이버 거리 차이가 40~50야드씩 난다"며 "언제 그 친구들이랑 또 만날까 싶어 동반 라운드한 뒤에는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들뻘인 후배들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