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로펌) 사이에서 러시아 법률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경제제재 이후 한국과 러시아 간 투자가 늘어나면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로펌의 해외 진출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치우쳐 있던 상황에서 러시아가 국내 로펌의 신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 진출의 포문을 연 곳은 법무법인 율촌이다. 율촌은 오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역사무소를 설립하고 개소식을 열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율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유럽 국가와 미국 등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국 기업의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러시아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의 법률서비스 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지사 설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율촌은 앞서 2007년부터 러시아·중앙아시아팀을 운영하면서 수시로 변호사들을 모스크바 등지에 출장 보내 자문·송무 업무를 처리해 왔다.
율촌 모스크바 지사는 투자 관련 각종 자문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송사에 휘말렸을 때 모스크바시 송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화준 변호사를 필두로 소송 대리 업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지평도 다음달 러시아에 지역사무소를 연다. 지평은 특히 러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법무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하려는 러시아 기업을 상대하는 '인바운드' 업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승민 지평 러시아변호사는 "수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한국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한국 상황이나 법제 등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투자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평은 지난해 인도차이나뱅크가 라오스 은행으로선 최초로 국내에서 역외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데 일조하는 등 다양한 인바운드 성공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현지 지사를 설립하진 않지만 다각도로 러시아 관련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바로브스크주 투자개발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게 대표적인 사례. 태평양은 이를 통해 극동지역 투자 프로젝트 수행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