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400억 낭비 한국형 토플 책임 누가 지나

교육부가 사교육 유발 등을 이유로 대입 영어 수능 영어시험을 '한국형 토플(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ㆍNEAT)'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로써 지난 5년여 동안 수많은 학생ㆍ학부모와 학교 현장을 불안에 빠뜨리고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켜온 애물단지 중 하나가 정리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5년여 동안 400억원가량의 혈세를 낭비하고 영어 사교육 광풍만 부채질한 데 대해 사죄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같은 논리로 정반대의 정책결정을 내린 만큼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NEAT의 수능 영어시험 대체 백지화는 예고된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인수위 시절부터 실용영어 교육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으면서도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 영어교육과 대입 영어시험은 지난 수십년간 문법과 읽기 위주로 시행됐고 듣기가 추가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말하기ㆍ쓰기 교육의 비중을 높이려면 학생들의 수업방법ㆍ교과서는 물론이고 영어교사 양성, 채용시험을 아우르는 대변혁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는 4~5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준비에 소홀했고 NEAT의 수능영어 대체시기는 2013학년도에서 '2012년 결정' '차기 정권에서 결정'으로 계속 미뤄졌다. 박근혜 정부가 수능 영어시험 대체계획마저 백지화했으니 한국형 토플 때문에 막대한 정부 예산만 날렸다. 일본ㆍ중국 등은 오래 전 비슷한 시험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만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게 학교 영어도 듣기ㆍ읽기ㆍ말하기ㆍ쓰기 능력을 균형 있게 교육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관련 인프라 개선을 포함한 후속 계획을 밝히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에 앞서 교육정책에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수험생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 데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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