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속적 권력 벗어나 신앙으로”

NCCK, 18일 출범 90주년 기념예배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세속의 권력이나 힘에서 벗어나,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영성의 힘, 신앙의 힘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교회 세습, 금권 타락 선거를 통한 성직 매매, 대형교회 건축이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남은 그루터기를 살려내야 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출범 90주년을 맞아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 구세군빌딩에서 기념예배를 연다.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라는 주제로, NCCK 관계자는 물론 국내외 에큐메니칼(교회일지)운동 인사와 신학대 교수, 기독교학교 교사, 문화체육관광부 등 500명이 초청된다. 또 11월24일에는 62회기 총회와 함께 미래 100주년 비전선포식도 연다.

특히 이 시대 고난받는 이들의 대표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특송을 부르고, 세월호·밀양송전탑·강정해군기지 등 현장에서 받은 엽서에 기도와 헌신을 담아 봉헌하는 의식도 진행한다.

홍보실장 강석훈 목사는 “그분들의 현장을 공유해 현장성을 하나님께 드리고 그 응답을 나눠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성령의 끈 안에서 서로 하나 되는 의식으로 의미깊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NCCK는 엽서로 답지한 목소리들을 모아, 11월24일 비전선포식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현재 한국교회는 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며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세속의 권력에서 벗어나 교회가 가져야 할 영성과 신앙의 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교단 내부 결속을 해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교회 세습, 불투명한 재정 등을 지적했다. 또 교회가 지역성을 잃고 광역화되면서 과도한 경쟁을 낳고 있다며 성공회나 천주교 같은 속지주의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김 총무는 “그간 NCCK가 실수하고 지나친 면도 있었지만 한국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미래를 만들어 가려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런 기구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CCK는 1924년 선교사 중심의 재한개신교선교부연합공의회와 한국교회 중심의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를 통합한 조선예수연합공의회(NCC)를 전신으로 한다. 일제강점기 끝 무렵 10여 년 해체됐지만, 해방과 함께 ‘조선기독교연합회’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과 1975년 ‘긴급조치 9호’에 저항하고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또 1988년 이른바 ‘88선언’이라 불리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내놓으며 한국기독교의 통일운동도 주도했다.

현재 NCCK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기독교대한감리회·한국기독교장로회·한국구세군·대한성공회·기독교대한복음교회·한국정교회·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독교한국루터회 등 9개 교단과 CBS·대한기독교서회·한국YMCA전국연맹·한국YWCA연합회·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5개 연합기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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