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 수익률 이머징마켓 보다 양호… 국내 주식시장서 베팅땐 차·IT주 관심
유럽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1년 반동안 이어지던 마이너스 성장에 종지부를 찍으며 돌아선데다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 층 커졌다. 유로존 각 국의 주가지수 또한 연초 대비 10% 이상씩 상승하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미국의 출구 전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급격한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대거 이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달리고 있는 미국 시장에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 중국 경기도 되살아날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고점에 한 참 못 미치는 유럽 각 국가들의 주가지수. 구 대륙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안정성ㆍ수익률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자.
미국의 출구 전략에 대한 우려감으로 이머징 국가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팽창했던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위험자산을 줄여 나가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머징 국가에서 회수된 자금의 새로운 투자처는 결국 선진국이 될 터.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이 첫 번째 대상으로 꼽히지만 주가지수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유럽을 대안으로 꼽는다. 지난 2분기 유럽연합의 2분기 성장률은 0.3%를 기록해 1년 반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또 22일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1.7로 나타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에다 최근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유럽 국가들 대부분의 주가지수는 지난 2007년 고점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 만큼 오를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당장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유럽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 세계지수 대비 유럽주식 비중을 8% 높여 잡았다. JP모건 역시 선진국에 대한 투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어 우상향의 경기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미국과의 상대적 비교 측면에서도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기조화된 미국 우위의 환경이 약화되고 있어 유럽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는 우선 펀드를 꼽을 수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22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유럽 주식형펀드는 최근 한 달간 1.3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주식형펀드가 15% 가까이 곤두박질 쳤고 동남아주식(-6.69%), 아시아신흥국주식(-3.79%) 등 이머징마켓 펀드 수익률이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주식형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11.72%로 같은 기간 북미주식형펀드(19.09%)와 일본주식형펀드(25.32%)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북미주식형펀드는 -0.87%, 일본주식형펀드는 -7.52%의 손실을 기록해 유럽증시의 상승세가 부각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유럽펀드의 자금 이탈도 멈춰 섰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매달 순유출을 기록하던 유럽주식형펀드는 이달 들어 443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현재 국내 펀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유럽주식형펀드는 총 14종. 이 중 프랭클린유로피언자(주식)Class A가 3.45%의 1개월 수익률, 12.02%의 6개월 수익률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슈로더유로자A(주식)종류A도 최근 한 달 동안 2.6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연초 후 수익률도 15.81%에 달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 중에서는 KB자산운용의 KB스타유로인덱스가 2.80%의 한 달 수익률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고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유럽배당 1[주식]ClassA1가 같은 기간 1.64%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들의 관심도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유럽 펀드 투자 시에는 각 펀드의 포트폴리오 내 투자 비중을 보고 동유럽 국가들 보다는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을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KB스타유로인덱스(주식-파생)A의 경우 우량 블루칩 지수인 EURO Stoxx 50에 투자하고 있다. EURO Stoxx 50지수는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12개국의 대표주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유럽블루칩인덱스 1(주식)종류A의 경우 영국 투자 비중이 43.14%로 가장 높고 스위스(15.14%), 독일(14.48%), 프랑스(13.85%)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럽 경기 회복에 베팅하는 것도 한 방법.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경우 유럽 지역의 경기가 살아나는데 따라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 유럽 수출 금액은 247억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자동차와 선박관련 기계류가 전체의 45.8%에 해당하는 113억달러를 수출했고 전자전기 업종이 대 유럽 수출액의 26.9%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합성수지와 정밀화학원료 등 화학공업제품이 7.9%, 철강판과 주단조품 등 철강제품이 6%의 수출 비중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및 부품, 화학제품, IT제품이 유럽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기에서 자동차와 화학제품, 2차 전지 등의 회복 속도가 특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로 이들 업종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유럽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개별 종목 중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기준으로 25%의 매출을 유럽에서 기록했고 현대자동차도 전체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달했다.
자동차 부품주들 중에서는 성우하이텍의 유럽 매출 비중이 27.4로 가장 높고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타이어주들도 15~20%대의 유럽 비중을 가져가고 있다.
소재 산업재 종목에서는 송원산업이 21.3%, 현대상선이 19.9%, 두산중공업이 14.3%의 유럽 매출 비중을 나타내고 있고 내수 업종에서는 제일기획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전체 매출액의 20.8%, 10.1%를 유럽에서 올렸다.
AXA·BNP파리바 등 대형 금융주 러브콜 ● 직접 투자 관심 종목은 조민규기자 아직까지 유럽 개별 주식의 직접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유럽 직접 투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유럽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는 등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공진철 리딩투자증권 글로벌영업팀 대리는 "정보를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거래를 하던 유럽 주식에 대해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럽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주로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질까? 가격이 싸면서도 금리 상승에 대한 수혜 기대감이 큰 대형 금융주들이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럽 은행주 중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파리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AXA와 BNP파리바. AXA의 경우 대표적인 글로벌 보험사로 생명보험과 재보험 등의 영업을 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상업, 소매, 투자, 개인 및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다. ETF의 경우 Lyxor ETF STOXX Europe 600 Banks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ETF 한 주만으로도 유럽 대표 은행 600곳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밖에 런던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연구중심의 제약회사 GlaxoSmithKlein과 Zara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의 리테일 패션업체로 스페인거래소에 상장된 Inditex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종목으로 꼽힌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해외주식투자를 문의하는 고객들의 경우 수익성 못지 않게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기관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ETF를 통해 시장 전체를 매수하는 경우가 많고 또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중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빠졌던 은행주들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