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충격·애도…LA교민 촛불집회도

이라크 국민 "미안하고 안타깝다"
가나무역 직원들 "허탈" 할말잃어

김선일씨 피살 소식이 알려지면서 테러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이라크는 물론 전 세계가 애도와 충격의 물결에 휩싸였다. LA 교민사회가 23일 추모 촛불집회를 여는 것을 비롯해 유럽ㆍ타이ㆍ홍콩ㆍ베트남 등 세계 도처의 한인 동포들은 김씨 피살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애도를 표했다. 한편 미군은 피살직후 테러범 은신처로 지목된 팔루자 지역에 공습을 단행하고 바그다드 북서쪽에서 미군 2명이 테러범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에 대해 이라크 일반 국민은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밤 김씨가 살해됐다는 알 자지라 TV의 보도가 나간 직후 TV를 시청하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충격 속에 TV 속보를 지켜보며 관심을 보였다. 전직 언론인 출신의 무라드씨는 “밤에 TV를 보다가 김씨가 살해됐다는 뉴스를 보고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라크에서 일하던 한국인이 희생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시내의 알 둘레이미 호텔의 매니저는 “참혹하게 살해된 데 대해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선일씨의 살해위협에서부터 참수 직전까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도한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참수장면은 공개하지 않은 채 참수 소식을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23일 새벽1시30분께(한국시간)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와 알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보낸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방영했다. 숨진 김씨가 참수 되기 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테이프에서 김씨는 쿠바 관타나모 교도소의 죄수 복장과 유사한 오렌지색 낙하복을 입고 눈을 가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들썩거렸고 입은 열린 채 울먹이듯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떨고 있었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김선일씨를 납치한 ‘알 타우히드 와 알 지하드’의 은신처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미군은 이날 김선일씨가 살해된 채 발견된 직후 팔루자 지역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미군은 이날 ‘알 타우히드 와 알 지하드’의 지도자 알 자르카위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 대해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팔루자 시민들은 미군이 폭격한 곳은 주차장이라고 밝혔다. 팔루자 병원 관계자는 미군의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폭격으로 이라크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고 미군 당국은 밝혔다. 미군의 공격은 지난 19일에 이어 최근 사흘 사이에 이번이 두 번째다. ○…애타게 생환을 기다리던 김선일씨가 끝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자 가나무역 직원들은 비탄 속에 눈물을 흘리며 김씨를 애도했다. 가나무역 사장 김천호씨는 23일 밤10시30분께(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의 미군 영안실에서 김씨의 시신을 확인한 뒤 대사관으로 돌아와 충격과 허탈함 속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선일씨가 아랍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성격이 사교적이어서 현지 직원들과 미소를 잃지않고 농담을 건네며 일을 지시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교민 사회에선 김선일씨 피살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LA 한인회는 한국시간 23일 낮12시 윌셔 버몬트 광장에서 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를 열고 명복을 빌기로 했다. 홍콩 교민들은 김선일씨가 끝내 참수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분자들이 홍콩에 없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이번 김씨 피살은 해외에 주재하는 한국인 전체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우려했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내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테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모술 법대학장이 테러로 사망했고 그녀의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지식인 등 여론주도계층에 대한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한편 이날 바그다드 북서쪽 80㎞ 지점에서 경계업무에 투입된 미군병사 2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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