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판화가 미술시장 저변 넓힌다

현대 주거공간에 잘 어울리고… 거장 작품인데도 싸고…
사진작가 민병헌 개인전·동서양 판화전등 잇따라
"복제·카피 우려땐 믿을만한 화랑 조언 구해야"

▲민병헌 ‘나무’

▲민병헌 ‘꽃’

▲마리 로랑생의 판화 ‘3명의 여인’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도카이도 53역참’ 중 하나

독일의 미학자 발터 벤야민은 저서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6)에서 예술작품의 정체성이 달라질 것을 예견했다. 판화와 사진 등 이미지의 복제 생산이 가능한 매체가 ‘단 하나 뿐’이라는 예술의 고유한 정체성을 바꿔갈 것이라고 내다본 것. 실제로 사진과 판화는 현대적인 주거공간에 잘 어울리고 거장의 작품을 일반 회화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장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술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작가 민병헌의 개인전 ‘Trees and Flowers’전이 열리고 있는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 흑백사진만을 찍어온 작가는 사진을 찍은 게 아니라 수묵화를 그린 듯, 회화적 감성을 포착해 냈다. 필름에 수정을 가하지 않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수하며 촬영부터 현상, 인화까지 직접 하는 정통파 작가가 26번째 개인전에서는 꽃과 나무로 자연미를 선보였다. 민병헌 작가는 추상화 한 사진의 예술성으로 해외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소장가들은 집에 걸어놓고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히 그의 작품을 선호한다. 작품가는 4~5년전 20호 기준 200만원이던 것이 2~3배 이상 뛰었으며 지난해 말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눈밭’ 연작 2점이 각각 2,000만원 이상에 낙찰됐다. (02)511-0668 오픈옥션은 오는 24일 자사 두번째 경매에서 ‘동서양 판화 스페셜’전을 기획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대표작을 비롯해 피카소, 파울 클레, 후안 미로, 마리 로랑생, 백남준 등의 작품과 일본의 전통 우키요에(다색 목판화)까지 총 30점을 선보인다. 추정가 1,500만원 이상의 고가품도 있지만 대체로 100~300만원 선.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 판화 판매 별도 섹션을 마련한 데 이어 신생 오픈옥션이 가세할 정도로 판화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다.(02)3447-5100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여러장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 가치가 낮은 것으로 여겨졌던 사진과 판화에 대한 컬렉터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저렴한 작품가는 오히려 미술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한영애 김영섭사진화랑 큐레이터는 “생활과 근접한 매체인지라 접근성이 좋다는 점, 매끄러운 표면이 아파트 같은 서양식 주택구조와 잘 어울려 시장 활성화에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취향도 걸어놓고 보기 좋은 풍경, 미니멀하고 편안한 소장용 사진에서 난해한 컨템퍼러리 작품이 투자용으로 선호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열린 제1회 서울포토페어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 200점 이상이 판매됐다. 정연두ㆍ배준성ㆍ배병우ㆍ김아타ㆍ김준ㆍ데비한ㆍ백승우ㆍ권두현 등 해외에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경우 투자 전망도 밝다. 판화는 저렴하게 거장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인기다. 판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김내현 김내현화랑 대표는 “천경자ㆍ박서보ㆍ김창열ㆍ이우환 등의 작품이 100만~1,000만원 정도라 유화에 비해 크게는 1/10 이상 저렴하며, 로이 리히텐슈타인ㆍ앤디 워홀 등의 판화는 좀 더 비싸지만 향후 오름세를 감안해 투자대상으로 선호된다”고 밝혔다. 김대표는 “판화는 작가의 에디션 관리가 철저하지만 복제와 카피가 우려될 경우 믿을 만한 화랑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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