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 불구속 기소…“8,000만원 수수”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ㆍ로비용 금품 6,000만원 수수혐의
이석현 의원도 불구속 기소
합수단, 출범 이후 불법대출 5조 2,776억원 적발… 124명 기소

'정치 9단'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다시 법정에서 검찰의 칼날과 맞붙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3년 대북송금 의혹으로 일부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사면된 적이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28일 박 원내대표를 불법정치자금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및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008년 3월 목포의 한 호텔에서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2010년 6월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목포에서 오문철(59)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원지검에서 진행하는 수사와 금융감독원 조사가 좋게 마무리되게 힘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에는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인 임건우(65) 보해양조 전 회장에게서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사전단계인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를 미뤄달라'는 요청과 3,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부탁을 받은 뒤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영평가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기존 판례나 국회의원에 수사 사례를 보면 자신의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돈을 받아야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박 원내대표가 금융위원회에 연락한 것은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청탁으로 보여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수단은 임 회장이 지난 2007년에 박 원내대표에게 3,000만원을 건넨 정황도 포착했지만, 구체적으로 금품이 오고 간 일자를 특정하지 못한데다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관련 혐의는 기소내역에서 제외했다.

이석현(61) 민주통합당 의원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8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4,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자법 위반)다. 또 4ㆍ11 총선에 출마할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시가 6억원 상당의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대한 재산신고를 누락, 허위로 신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인 오세욱(42)씨 역시 임 회장이 건넨 3,000만원을 이 의원과 공모해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씨는 지난해 4월께 호주 골드코스트 소재 시가 93만 호주달러(한화 약 10억 8,700만원)의 아파트 1채를 구입하면서 외환당국에 신고도 없이 부동산 잔금 83만 호주달러(한화 약 9억 6,200만원)를 지급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있다.

이날 4차 저축은행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한 합수단은 출범 이후 부실 책임자와 로비를 받은 정치인 등 총 124명을 기소하고 5조 2,776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수단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은닉 재산 등을 찾아내 현재까지 6,504억 3,100만원 상당의 책임재산을 예금보험공사 측에 통보했다.

저축은행의 대규모 비리에 칼을 댄 합수단은 수사 마무리와 공소유지를 위한 핵심 인력만을 남기고 조직을 재편,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합수단은 국세청, 금융감독원, 예보 등과 함께 축적한 합동수사 노하우를 토대로 금융기관의 불법행위 수사를 위한 상설 수사기구를 설치토록 관계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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