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 달라도 놀림·왕따 없어요

■ 다문화 학생 천국 자이언국제학교 가보니…
학비없이 미국 교과 배우고 선생님도 쟁쟁한 실력 지녀
공립학교에 적응 어려운 다문화 학생 어깨 활짝 펴

자이언국제학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는 '차이에 따른 차별'이 없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최시은 인턴기자



"안녕하세요!"

왁자지껄 아이들이 모여든다. 수줍은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외부사람이 신기한 듯 문뒤에 서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살핀다.

"어디서 왔니?" "방글라데시요." "저는 네팔이요." 필리핀ㆍ인도ㆍ남아공ㆍ미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과감한 남자아이들은 척척 와서 안긴다. "여기 재미있어?" "네!" "뭐가?" "여기는 (한국학교와는 달리) 욕하고 놀리는 것이 없어요. 서로 위해줘요."

이곳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있는 자이언국제학교다. 국제학교라고 하면 교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부유층 자녀들이나 멋진 학교건물을 상상하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상가건물 2개 층을 빌려 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학교를 다니는 외국국적 학생들은 학비가 없다는 점. 한국 학생들은 약간의 실비만 낸다. 일반 국제학교가 한해 2,000만~3,000만원의 학비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상가 임대료 등 학교 운영비용은 200여명에 이르는 후원자들로부터 충당한다. 매달 적게는 5,000원, 1만원씩 내는 후원금을 모아 운영한다. 선생님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렇다고 학교 커리큘럼이나 강사진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미국 일리노이주 교과과정을 그대로 따라 한다. 이 때문에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교를 다니던 도중 다른 나라로 가도 학업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선생님들 역시 미국인 대학교수 등 외국인과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 영어에 능숙하고 교사자격증도 있는 한국인 등 쟁쟁하다.

학교 설립자인 김연진 교장은 설립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 적응할 수가 없어요. 놀리고 배척하고… 한국에서 태어나고 우리말을 모국어로 해도 '너 참 한국말 잘한다'며 상처를 주지요. 우리 아이들도 많이 힘들었어요." 김 교장은 현재 단국대 국제경영학과 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팀 비치 교수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학교체제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연간 수천만원을 내야 하는 일반 국제학교는 딴 세상 이야기이지요. 결국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어요." 실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업중단율은 엄청나다. 초등학교가 32%, 중학교가 46%, 고등학교에서는 무려 71%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한다.

그래서 이들 부부가 생각한 것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맘껏 배우고 뛰어 놀 수 있는 국제학교를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실제 자이언국제학교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생김새나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반(12)은 "한국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놀려서 힘들었지만 여기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선생님도 친절하고 친구들도 너무 좋다"고 말한다. 네팔에서 온 수럭차(11) 도 "한국 학교는 욕도 많이 하고 폭력도 많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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