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ㆍ지자체에 휘둘리는 토지공사

“‘땅장사’ 논란으로 집중적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는 회사를 생각하면 일할 맛이 안 납니다.” 한국토지공사 직원들은 요즘 넘쳐나는 국가정책사업에 매달려도 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풀이 죽어 있다. 최근 회사의 ‘땅장사’ 의혹이 하루를 멀다 하고 터져나와 두달간 혹독한 감사원의 감사를 받은데다 토지조성 원가공개요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고분양가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토지공사가 아파트를 짓는 땅을 헐값에 수용,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땅장사’를 했다면 급여가 올라가고 복지도 나아져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고 불평한다. 밖에서 공기업인 토지공사의 업무를 너무도 몰라준다고 하소연한다. 이제 더 이상 회사 업무를 설명하는 것도 지겹다고 한다. 토지공사의 택지공급 가격은 수용 가격에 비해 5~6배나 높다. 이에 따라 땅을 싸게 판 주민들의 반발이 크고 택지를 공급받는 주택 업체들의 불만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높은 토지공급 가격은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져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까지 자극한다. 하지만 현행 토지공사의 토지조성 원가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지공사가 혼자서 토지 고가분양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토지공사가 자체적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토지공사는 정부가 빠듯한 국가재정 형편을 따져보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사업까지 떠맡아야 한다. 특히 현재 중앙정부 예산사업으로 추진돼야 할 택지지구 밖의 도로 등 광역교통망 설치비의 경우 법이 규정한 한도 이상을 공사가 부담하고 있다. 또 택지지구를 개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개발지구 땅의 절반 정도를 공원 등 생활기반시설 용지로 무상 기부채납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일만 벌인 뒤 사업추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뒷짐 지고 있는 중앙정부,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사업 인ㆍ허가권을 쥐고 흔드는 지자체 사이에서 정책사업 집행기관인 토지공사가 벗어날 재간은 많지 않다. 정부가 정말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경영평가 등을 수단으로 공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공기업 경영자가 정부와 지자체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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