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예수물량 폭탄이 터지면 대개 주가는 내려간다. 주가가 꿈쩍도 않고 오히려 오르기까지 하는 기업은 남들과 다른 뭐가 있는 걸까. 이달 22개 코스닥기업의 의무보호예수물량 8,800만주가 시장에 쏟아져 월초부터 보호예수물량 폭탄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 상황에서도 주가를 끌어올린 해성옵틱스·JYP엔터테인먼트 등을 들여다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실적 성장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화소카메라 제조업체 해성옵틱스에는 지난 6일 총 발행주식의 10%에 달하는 보호예수물량 주식이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가는 소폭(0.7%)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보호예수물량이 풀리면 공급물량이 많아지면서 주가가 내리지만 해성옵틱스의 경우 실적이 상승추세에 있는데다 스마트폰용 고화소 렌즈모듈 납품 확대 기대감에 보호예수물량 부담이 주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보호예수물량이 나오는 시점에 이익실현을 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실적이 뒷받침되고 주가 모멘텀이 있는 경우는 투자자들이 이익실현 시점을 뒤로 늦추는 경우가 많고 해성옵틱스 역시 그런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성옵틱스의 경우 스마트폰 고화소 렌즈모듈 확대에 대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고 지난해 신규 진출한 카메라모듈 사업이 성장하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해성옵틱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94억원에 이어 올해 285억원, 내년에는 332억원으로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지난 17일 총 발행주식의 3.8%에 해당하는 보호예수물량이 풀렸지만 주가는 오히려 1.8% 올랐다. 실적은 예년과 유사하게 적자수준을 유지했지만 내년 신인 아이돌 그룹이 나올 예정인데다 음원 가격 할인율 감소로 업계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싸이를 비롯한 연말콘서트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김민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JYP엔터테인먼트는 2PM과 수지가 속한 미스에이 이외에 걸출한 아이돌 그룹이 없는데다 원더걸스도 사실상 해제 단계인 상황에서 내년 3~4개 신인아이돌 그룹이 데뷔할 예정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17.7%의 보호예수물량이 풀린 KT뮤직의 주가 역시 4.8% 올랐다.
반면 물량부담을 이기지 못한 업체 주가는 줄줄이 빠졌다. 전체 주식 중 28.3%의 보호예수가 해제된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업체 넥스트리밍은 지난 2일 보호예수해제 이후 곧바로 9거래일 연속하락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아이넷스쿨 역시 10일 보호예수물량이 시장에 나온 후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내렸다. 정보보안업체 터보테크(13일 보호예수해제일)도 6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하락했으며 유압크레인·특장차 제오업체 광림(14일)도 보호예수해제 이후 5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올해 들어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할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다. 넥스트리밍·아이넷스쿨·터보테크·광림은 올 3·4분기 모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업체들의 오버행이 풀릴 때는 실적과 시장 분위기가 주가를 크게 좌지우지한다"면서 "보호예수물량이 풀리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최근 실적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기관들이 해당 업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보호예수물량이 해제되는 업체는 디엔에이링크·헤스본·아큐픽스·CS엘쏠라·렉스엘이앤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연말까지 보호예수물량이 해제되는 업체들은 올 3·4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던 업체들이기 때문에 보호예수물량이 해제될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디엔에이링크·헤스본·CS엘쏠라는 내년 성장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기대를 할 수 있는 업체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