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FTA 후폭풍 가시화

美 "협정적용 대상…정부보증등 특혜 없애야"
재경부 "정책기능 상실 우려…예외인정 필요"


정부의 산업정책과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에 첨병 역할을 해온 산업은행에 한미 FTA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가 미측 요구를 수용해 산은을 일반 상업은행으로 취급하게 되면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산은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산은의 FTA 적용 배제를 끝까지 관철시킬 계획이다. 23일 재정경제부ㆍ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한미 FTA 6차 협상에서 양국은 산은ㆍ기업은행ㆍ주택금융공사, 농협과 수협 등 5개 국책 금융기관을 FTA 협정 적용 대상으로 합의했다. 이중 주택금융공사와 농ㆍ수협은 미측이 협정을 적용해도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세금혜택 등을 인정해 별 문제가 없다. 기업은행은 앞서 3개 금융기관보다는 미측 공세가 강하지만 미국 역시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기관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어느 정도 방어막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산은은 미측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하이닉스 등에 실시됐던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금도 거론하며 “산은이 일반은행과 상업적으로 경쟁하고 있어 정부 특혜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은은 법에 따라 정책자금 지원시 손실을 볼 경우 정부가 이를 보존해줄 수 있고 해외차입이나 채권발행을 할 때도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다. 미측은 이 같은 특혜를 발판으로 산은이 장기저리 자금을 국내 산업계에 지원하거나 부실기업 인수합병(M&A) 등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미측 요구를 수용하면 산은의 정책기능은 사실상 사라지고 남북문제 등 비(非)사업적 판단에 따라 민간과 경쟁하지 않는 부분만 남게 돼 금융 부문에서 일시 세이프가드 도입과 함께 산은의 협정 배제만은 관철할 계획이다. 문제는 재경부의 계획이 협상문건 노출로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졌고 감사원조차 “개발연대 산은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대우증권 등 산은 자회사 매각을 권고하며 미측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산은은 사실상 일반은행과 다를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산은 내외부를 중심으로 민영화 논의도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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