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가 15일 오후 당 경선준비위원회 사무실에 들러 일명 ‘이명박 X-파일’ 대선주자 검증논란 자료를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상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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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법률 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가 줄기차게 제기해온 ‘이명박(MB) 파일’이 15일 새로운 내용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대표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정 변호사의 ‘폭로 예고’를 두고 “검증은 필요하다”(박 캠프)는 주장과 “내용 없는 ‘김대업식’ 음해”(MB 캠프)로 갈려 공방을 벌였지만 이날 파일의 내용이 알려져 일단 이 전 시장측의 승리로 끝났다.
정 변호사는 이날 특보직을 사퇴하고 맹형규 경준위 부위원장에게 ‘이명박 파일’을 건네고 “철저한 검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준위는 몇 시간 뒤 브리핑을 통해 “파일을 검토한 결과 96년 총선 당시 이 전 시장측이 선거법을 위반해 선거 비용을 사용했고 이를 폭로한 김모 비서관을 이 전 시장이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언론 보도 등을 복사한 내용이었다”며 “이미 수사 기관에서 수사를 종료한 문제이므로 더 이상 검증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96년 상황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고 이 전 시장도 “내 생애 최대 실수였다”며 여러 차례 사과한 내용이다.
경준위측이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 나온 내용을 제출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 변호사는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전 시장의 부도덕성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파일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폭로문제를 놓고 벌인 공방이 싱겁게 끝나자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별 내용이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당이 단합하는 게 중요하다. 고발 등의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준위 이명박측 대리인인 박형준 의원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비극적 코미디”라며 “당내 화합과 단결을 흐리게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동철 언론특보는 캠프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당내 검증 기구가 특정 대선 주자를 위한 기구로 전락한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증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별 내용이 없자 공개한 것은 편파적인 태도”라고 주장했다. 신 특보는 이어 “지금까지 나온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검증이다. 이 전 시장이 사과를 한 사안이라 해도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재발을 방지하겠느냐고 묻는 등 경준위가 조사에 나섰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준위의 박근혜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단아한 이미지가 훼손돼 황당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그런 내용을 갖고 박 전 대표가 폭로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 박 전 대표나 캠프가 개입됐다는 ‘기획설’도 자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양측은 이번 공방이 설 연휴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