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원장에게 듣는다]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

우리가 맞이한 새해는 세기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엘빈 토틀러 같은 미래학자는 이를 산업혁명보다도 더 크고 광범위한 대격변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변화는 인간의 힘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멈출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최선의 선택은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고 변화의 물결에 편승해가는 것이다. 변화는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세계화의 보편화이다. 개별 국가나 집단의 호ㆍ불호에 따른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화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크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둘째는 세계 경제 주도세력의 이동이다. 경제 규모로 보면 아직도 세계 1위는 미국이다. 중국은 미국 경제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규모다. 그러나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로 보면 고도성장을 하는 중국의 역할이 압도적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는 31%로 미국의 15%에 두 배 이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오는 2040년 정도면 미국과 중국이 경제 규모 면에서 대등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쯤이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는 동북아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이다. 산업사회를 주도하던 산업이 퇴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이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의 한국 경제를 되돌아보면 외형적으로 그런대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따라왔다. 비록 환율에 힘입은 바 크지만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눈앞에 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에 올라섰다. 그러나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속적인 성장이 의문시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수출에 의존하는 세계적인 교역국이다. 그럼에도 멕시코의 칸군으로, 홍콩으로 다니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 협상을 앞장서 반대해왔다. WTO 각료회의를 좌절시킨 후에는 마치 대동강에서 제너럴 셔먼호를 격침시킨 때처럼 환호성을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다자간 협상을 마다하고 양자간의 자유무역협상을 적극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는 칠레ㆍ싱가포르ㆍEFTA(스위스ㆍ노르웨이ㆍ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 3개에 불과하다. 우리는 체결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의 3%에 불과하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교역시장 확보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후진국이다. 동북아시대를 위한 준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장하던 동북아 중심 국가를 위한 준비도 별반 추진된 것이 없다. 한ㆍ중ㆍ일의 경제공동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없었으며 지역 내 지정학적인 위험 요인인 북한 문제의 해결에도 별 진전이 없다. 그나마 비록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올해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이다. 경기는 이미 하강 국면에 들어서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4% 초반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반기에는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정책 담당자가 해야 할 첫번째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는 일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유혹되기 쉽다. 그러나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위해 준비할 때다. 둘째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해 저성장 기조에서 탈출하는 일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설비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는 세계화 추세에 적극 동참해 한국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미 협상 중에 있는 한미 FTA를 통해 동북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 FTA를 둘러싼 의구심을 한시 바삐 해소하고 국론을 모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시대를 위한 준비를 하는 일이다. 한ㆍ중ㆍ일 삼국간의 교역량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다져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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