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430개 대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은 5%, 퇴출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평가 대상에 AㆍB등급 평가를 받은 건설ㆍ조선사와 주채무그룹 계열사 등을 포함해 대상은 늘렸지만 기본평가에서 탈락한 곳은 소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총 1,422개 중 20여곳에 불과하고 대기업그룹 중 평가에서 불합격한 5곳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면제되는 등 구조조정이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신용 공여액이 500억원을 웃도는 1,422개 대기업 중 기본평가에서 탈락하거나 건설ㆍ조선사 신용위험평가에서 AㆍB등급을 받은 430개 업체에 대한 세부평가를 이번주까지 마무리하고 주채권은행에 통보한다. 주채권은행은 채권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해 오는 6월 중 구조조정 대상을 최종 확정한다. 채권은행들이 세부평가 대상 기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결과 구조조정 또는 퇴출 대상인 CㆍD등급을 받는 곳은 심사 대상의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채권은행이 150개에 육박하는 대기업에 대한 세부평가를 벌인 결과 C등급(워크아웃)은 5곳을 밑돌고 D등급(퇴출)은 한 곳에 그쳤다. 세부평가 대상 기업에는 신용등급이 A등급인 삼성계열사와 건설사, 그리고 등급이 BBB 이상인 투자등급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감독 당국은 채권단이 엄격한 심사에 나설 수 있도록 평가 대상을 확대했을 뿐 평가는 채권단의 몫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독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부평가 대상으로 언급된 430개에는 기본평가에서 탈락한 곳뿐만 아니라 1차 평가에서 AㆍB등급을 받은 건설사ㆍ조선사 등이 포함됐다”며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평가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세부심사 대상을 크게 넓혔기 때문에 실제 구조조정 대상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개별 대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 CㆍD등급이 소수에 그쳤다“며 “평가 결과를 주채권은행에 통보할 뿐 최종 결정은 주채권은행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총 1,422개 대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은 2% 안팎인 20여곳에 그치고 여신규모가 1조2,000억원을 넘는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평가에서 탈락한 5곳이 약정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쇠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약정체결에 대한 최종 결정과 책임을 주채권은행에 미루고 주채권은행은 부채권은행에 책임을 떠맡기면서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의 논리에 밀리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만 높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