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사상가'로 추앙받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를 향해 "정치·경제적 자산은 조금 확보됐지만 문화적 자산은 거의 소진된 것 아닌가 싶다"고 진단한다.
김우창 명예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은 그의 이런 지적의 연속선상에 있다. 책에는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힌 현대 문명이 '깊이'를 잃어버렸다는 인식과 함께, 그 가운데서 이성과 마음을 성찰해 깊이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란 무엇일까? " '깊은 생태학'이란 말은 …(중략)…오늘날 인간이 부딪히고 있는 생태문제를 단순한 기후변화나 자연자원의 문제, 즉 인간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공리적 입장에 대해 그것이 인간의 존재론적 뿌리에 대한 의식에 관계된 생각이라는 것이 그(생태철학자 아르네네이스)의 생각이다. 나의 느낌도 이것이 생태문제에 대한 보다 심오한 이해가 아닌가 한다."(14쪽)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깊은 마음의 생태학'은 김 교수의 지난 2005년 한국학술협의회 연속강좌 '마음의 생태학' 원고를 수정 없이 생생하게 엮었다. 2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다른 곳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놓았다. 윤리와 이성이 집단화·이념화하는 바람에 삶의 구체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마음과 이성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놓지 않는 저자의 일관성이 글을 관통한다.
정신의 깊이를 회복하고 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성숙한 공동체의 성공은 그것을 구성하는 종의 우수성이 아닌 종의 다양성에 기인한다"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의 자율적 이성이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움직일 수는 없고, 개인의 이성은 집단에 매개 되기 쉽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념화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구체적 보편주의자'라는 별명답게 '보편성'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지만, 진리를 강요하고 명령하는 집단적 추상성을 매우 경계한다.
이 책은 개념정의에서부터 다소 '난해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출판사측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의 거인'이 문학·철학·경제학·사회학·수학·생물학 등을 총망라해 사유한 결과물을, 쉽게 읽히기를 바란다면 그 또한 자기중심적인 게 아닐까.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