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신증권 본사 11층에서 열린 제53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노조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날 대신증권은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이익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나재철 대표이사 사장 연임과 양홍석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5건의 안건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날 대신증권의 주총 분위기는 별다른 잡음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던 여느해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주총 시작부터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는 노조 측과 목적사항 심의 시 발언을 해달라는 나재철 의장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이남현 대신증권 노조 지부장은 이날 “조합원들이 우리사주조합 의결권을 노조에 위임했지만 회사측에서 위임을 철회하고 주총 안건에 대한 찬성을 강요하거나 유도하기 위해 16개 지점에 연판장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모르는 사실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대신증권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자사주 66만주(1.1%)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 받았다.
사측의 부실 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저축은행 인수 후 실제 영업이 개선되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고,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저축은행연계신용모델로 수익을 내는 모델인데 저축은행 인수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경순 기획본부장은 “저축은행연계신용모델이 아닌 자체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외 이날 노조는 대주주인 이어룡의 고배당을 문제 삼으며 “사측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대주주와 경영진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불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또 최근 200평 규모의 강남구 삼성동 땅 매입과 20억원 규모의 미술품인 아이벤치 구매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사측과 노조측의 극심한 갈등으로 통상적으로 30분 안에 마무리 되던 주총이 이날은 9시에 시작돼 10시 40분에야 끝났다.
대신증권은 창립 이후 무노조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1월 직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불만을 품고 창립 53년 만에 첫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측은 현재 노조 가입자가 8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