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전문가 인터뷰] 니콜라스 브래트 코리아펀드 사장

"하반기 한국증시 상승세 본격화""유가 하락에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저축률이 높고 소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올 경제상황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과거처럼 연 8%의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렵더라도, 4~5% 정도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 20년 가까이 투자해온 코리아펀드의 니콜라스 브래트 사장(53)은 올해 "한국 증시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패턴을 걷을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매우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다가 하반기에는 상승 장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2의 코리아펀드를 만들어 "지배구조가 훌륭한 회사에 투자하고, 지배구조가 나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 경제 침체로 한국 경제도 지난해 어려웠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되고,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말씀해주시지요. ▲ 한국 경제는 미국과 일본, 유럽 경제와 같이 움직이고 세계 경제가 잘되면 한국 경제가 잘되고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 경제도 좋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를 전망하려면 우선 몇가지 요인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점증하는 재정 정책, 국제 유가 인하, 산업 재고 조정 등을 종합컨데, 미국 경제는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고 판단됩니다. 미국 경제는 그러나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급격한 회복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산업 전반에 과잉 설비가 남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재고가 조정될 때까지 자본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둘째, 미국의 소비자들은 너무나 부채가 많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대출을 많이하고, 저축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저축을 하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완만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자본 투자가 느리게 이뤄지고, 소비가 완만하게 늘어난다면 급격한 회복이 이뤄질 수 없고, 완만한 회복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경기둔화는 미국보다 심각하지 않았고, 물가도 미국보다 높습니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보다 저축률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영향이 큽니다. 따라서 유럽은 미국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지만, 1.5~2%의 완만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 일본이 회복할 가능성은 있습니까. ▲ 일본의 경우 예측불가능입니다. 일본 경제는 올해에도 성장이 정체할 것으로 봅니다. 이 것은 엔화 약세로 나타나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일본은 엔화 절하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데, 이런 경향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엔화 약세는 한국은 물론 타이완, 싱가포르, 타이 등 아시아 국가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엔화 약세에 문제를 제기, 미국 정부로 하여금 일본의 엔화 절하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며, 국민 저축률이 높고 소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상황은 올해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과거처럼 연 8%의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고, 4~5% 정도 성장을 할 것으로 봅니다. - 한국 정부는 4%의 성장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수출 여건도 좋습니다. 중국은 올해 6~7%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데,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수출에서 잃는 부분을 중국 수출에서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학, 철강, 상업용 자동차, 오토바이등은 중국에 많은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중국이 저임금으로 덤벼들면 한국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 물론 그럴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임금이 낮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야지요. 중국의 발전은 한국에 좋은 의미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매우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술도 세련돼 있구요.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유럽국가보다 박사 학위 취득자가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 분야는 뛰어납니다. 21세기를 맞아 한국은 하이테크 산업,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지식 산업에서 큰 이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발전이 경쟁으로 보기보다는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한국에는 유리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 경제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콘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지요. 국제적 상황 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한국 증시가 지난해말 상당히 회복됐습니다. 올해를 전망해주시지요. ▲ 올해 세계 증시는 매우 불안정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병존하고, 두 힘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지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불리시(Bullish)한 측면은 이자율이 낮고,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베어리시(Bearish)한 관점은 기업 수익이 올해도 낮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업 수익은 과거를 반영하는데, 과거의 수익이 나쁘면 미래에 기대도 나빠지는 것입니다. 올해 증시는 불리시와 베어리시와의 한판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2003년과 2004년을 내다보게 되고, 과거의 실적 악화를 잊으려고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로 갈 것으로 봅니다. 한국 증시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패턴을 걸을 것으로 봅니다. 상반기에는 아주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다가 하반기에는 상승 장세가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말에 상승했는데, 주로 기술 분야에서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고, 미국과 유럽, 타이완에서 동시에 일어난 일입니다. 2000년과 지난해초에 기술주가 붕괴했고, 가격이 쌌기 때문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큰 폭의 반등을 했던 것이지요. 지금은 조정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금융기관중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주가가 좋았습니다. 또 내수가 활발하기 때문에 식품과 소매판매점 주가도 괜찮았습니다. 올해 한국 증시는 10% 정도 내려갔다가 20% 정도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일본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 회복에 장애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화도 절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매우 위험한 게임입니다. 달러에 대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원화 가치가 현상 유지를 한다면 한국 상품은 경쟁력을 잃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일본 상품의 코스트가 한국 상품에 비해 10~15% 비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엔화가 상당한 폭으로 절하된다고 해도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또 한국 수출품은 일본 수출품과 해외 시장에서 맞싸우지 않고 있습니다. 두 나라 상품은 서로 다른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환율 변동으로 수출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나는 엔화 약세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로 회복한다면, 그것이 한국 경제에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엔화 약세 덕분에 일본이 2~3% 성장하는 것이 엔화 강세를 지속하면서 성장이 정지되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 한국과 타이완, 중국 등 아시아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회복하면 일본에도 좋고, 한국에도 좋을 것입니다. - 지난해말 반도체 가격이 소폭 상승했는데, 올해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까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라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시장의 힘을 무시하고 파산할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건전치 않은 일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하이닉스는 고통스럽지만 파산시켰더라면 오히려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두 회사에 모두 긍정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말 반도체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높기 때문에 앞으로 2~3개월 후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6개월, 9개월, 1년이 지나면 가격이 회복되겠지요. 급격하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최악의 시기가 지났다는 점입니다. -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한국 정부가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세월동안 해온 개혁을 잊어버리고, 못한 것만 지적하는데, 우리 펀드는 지난 20년동안 한국에 투자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금융과 재벌에 대한 개혁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많은 은행이 사라졌고, 금융부문에서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개혁을 진행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한국 기업인들도 회사는 주주의 것이지, 경영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주주들은 이사회에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적인 이사를 통해 권한을 행사합니다. 우리는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한국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생각입니다. 제2의 코리아펀드라고 할까요. 아직은 검토단계에 있습니다. 이 펀드는 지배구조가 훌륭한 회사에 투자하고, 지배구조가 나쁜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업은 새로운 투자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 올해는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이뤄집니다. 대선 후보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지요. ▲ 한국 경제는 정력적이고, 교육을 많이 받은 노동력이 있고, 21세기에 맞아 훌륭한 테크놀로지를 개발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것으로 믿습니다. 기업에서 가족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정부의 보호주의를 철폐하고, 부패를 방지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잘 진행될 때 한국은 가장 유리한 경제여건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한국이 세계 공동체의 일원임을 강조하고, 더 이상 과거처럼 은둔의 왕국이 아니고, 세계 무대에 참여할 것임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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