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입 선박 확보 비상] 물류비 부담ㆍ납기지연 우려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선복량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 물류비 인상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송선박을 잡지 못해 수출이 지연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성수기에 접어드는 내년 초부터 더욱 심화할 전망이어서 자칫 수출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배 없어서 수출못해=지난 10월부터 북미지역 마케팅을 강화한 GM대우는 수출물량이 예상보다 늘어 수출이 최대 7일 정도 지체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의 선박 운송업체인 K-Line과 월 2만대씩 북미지역 운송계약을 체결했으나, 수출물량이 지난 10월 2만3,000대에 이어 지난달에도 2만1,000여대로 계약물량을 초과했다. 결국 선적처리 작업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기간동안 유럽(월평균 2만대), 중동ㆍ아시아(// 1만5,000대) 수출 물량도 1,500여대씩 넘쳐 현재 4~7일씩 선적대기 기간이 늘어났다. GM대우는 결국 북미지역 수출을 위해 미국의 선박운송업체인 W&W 및 후알(Hual)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상운송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기아차도 올들어 수출이 예상보다 늘어나자 내년에는 기존 계약선사인 유코카캐리어스 외에 해외선사와 자동차운송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상승 압박 심해진다= 폴리에틸렌(PE), PVC 등 합성수지를 수출하고 있는 여수의 K화학은 운임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올들어 40% 가량 높아졌다. 이 회사 물류팀장은 “정상운임은 커녕 최근 운임 상승 부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면서 “체감 가격 상승폭이 워낙 커 비용 줄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코일을 생산하고 있는 A업체의 경우 높은 운송료를 감수하겠다고 나서도 선사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수출에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수출 제품인 코일이 비슷한 크기의 제품들보다 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기 때문. 이 회사의 용선담당 관계자는 “우리 같이 철강 등 무거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2~3주를 기다리겠다고 사정해도 예약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선박잡기전쟁 2~3년 간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수출물동량과 원자재ㆍ반환성품의 수입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ㆍ중국ㆍ일본 등을 잇는 극동지역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아시아의 대미 수출물량은 442만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중국은 213만TEU로 무려 14%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간 물동량도 56만TEU로 전년동기대비 22%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극동지역의 물동량도 올해 9,843만TEU에서 내년에 1억880만TEU로 10.5% 늘어나는데 이어 2005년 12%, 2006년 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컨테이너선대의 증가율은 내년 8.8%, 2005년 6.3%, 2006년 4% 등으로 물동량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3~4년간 중국에 대한 수출입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 항로에 대한 선박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선박으로는 이들 물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은 최근 중국본부를 설립하고 중국에 대한 마케팅을 확대하는 한편 이들 항로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속속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편 미국서안을 운항하는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은 내년 FEU당 450달러의 운임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며, 북미수입항로운임협의체(WTSA) 선사들도 2월부터 FEU당 160~200달러를 인상키로 했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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