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 복귀한 출소자들이 보내오는 연하장을 보면서 지난 20년간 전국 곳곳에 ‘내 가족’을 만들었구나 하고 뿌듯함을 느낍니다.” 김영순(43) 한국갱생보호공단본부 보호차장은 내년 2월이면 이곳에서 일한 지 만 20년이다. 18년간은 전국의 보호시설 현장에서 출소자들과 함께하다가 지난해부터 본부에서 기획ㆍ홍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김 차장은 올해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출소자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것을 꼽았다. 그는 “수입이 넉넉지 않은 출소자 가족들에게는 주거비용이 큰 부담이 되거든요. 살인과 같인 끔찍한 전과가 있지만 죗값을 치른 후에 사회에서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하나하나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작한 주거지원사업은 갱생보호공단과 건설교통부ㆍ대한주택공사의 합작품. 주택공사에서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공단에 제공하면 공단에서는 신청자를 받아 보증금 중 일부를 지원해준다. 첫해인 올해는 약 150여가구가 입주했고 매년 비슷한 규모의 주거지원사업이 계속될 예정이다. 김 차장이 출소자 사회적응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 때 갱생보호위원회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개최한 캠프에서 소년원 청소년들이 제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으면서 반성하고 재기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언니ㆍ누나는 못돼도 ‘사회적’ 언니ㆍ누나가 돼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공단에서 만났던 출소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리고 연락을 해올 때 너무 기쁘죠. 청소년 시설에서 만난 16살 때의 소년범은 그때 어렵게 모은 돈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스카프를 사줘서 제 눈물을 쏟게 하더니만 어느새 군대 잘 다녀왔다며 연락을 해왔어요. 또 수원에서 만난 21살의 청년은 이제 31살이 돼서 과일장사를 한다면서 때 되면 과일을 보내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출소자 합동결혼식에서는….” 보람을 느꼈던 일화를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현장에서 만난 출소자들의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좋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번은 취직을 알선해줬던 한 출소자가 IMF로 그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월급을 못 받게 되자 김 차장에게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해온 적도 있었다. “당시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였는데 매일매일 입에 담지 못할 욕과 전화가 걸려와 섬뜩했었죠. 결국 그 출소자가 형사고소를 해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나중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검사가 ‘미안하다, 수고한다’고 합디다”라며 “어떻게 좋을 일만 있을 수 있냐”며 웃어 넘겼다. “사회로 돌아오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일자리로 노동부와 협력해서 출소자 취업을 위한 각종 방안을 연구 중”이라는 김 차장은 “KT&G, 대양 E&C 등 이미 여러 기업들이 지원해주고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