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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무기마저… 의기양양했던 애플 '발칵'
타격받은 애플… 삼성 특허訴 주도권 잡았다배상액 오류 이어 전세 역전 발판 마련번복 가능성 배제못해 최종 판정 지켜봐야
김정곤기자mckid@sed.co.kr
애플 WWDC 홈페이지/한국일보 DB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핵심 특허에 대해 잇따라 무효라는 예비 판정을 내림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소송 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무효 예비 판정이 내려진'멀티 터치'관련 기술은 '스티브 잡스의 특허'로 불릴 만큼 애플의 핵심 특허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애플이 받는 심리적인 충격 등 타격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배심원단이 10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일방적인 평결을 내릴 때만해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은 애플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의 규모도 그렇지만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후 연방 항소법원 등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며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특허청이 지난 10월 바운스 백 관련 기술(381 특허)에 이어 이번에 멀티 터치 관련 기술(949 특허)이 무효라는 예비 판정을 내리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 주면서 향후 소송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바운스 백은 스마트폰을 화면 맨 아래까지 내렸을 때 다시 튕겨져 올라와 마지막임을 알려주는 기술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침해가 인정 됐던 특허다.
멀티 터치 관련 기술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침해를 인정한 4건의 특허 중 1건이다. 사용자가 휴대폰 화면위 위치를 정확하게 터치하지 않더라도 사용자 패턴을 소프트웨어가 기억해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이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핵심 특허 2개가 무력화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만일 해당 특허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효 판정이 내려질 경우 삼성전자는 법원이나 ITC에 항소 또는 항고, 이의제기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특허의 무효 판정 만으로 특허 소송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손해배상액을 줄이거나 수입금지 조치 등을 막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예비 판정이 최종 판정에서 인정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턴츠의 플로리안 뮬러는 "많은 특허들이 이 단계(예비 판정)에서 거부당하지만 결국에는 살아 남는다"며 예비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애플 역시 잡스의 특허로 불리는 멀티 터치 관련 기술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는 만큼 즉각 항소에 나서는 등 반격이 예상된다. 특허청은 예비 판정 이후 8주 이내 최종 판정을 내놓는다. 애플은 이 기간에 항소할 수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뛰어난 제조 경쟁력으로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과 ITC의 장외에서도 애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삼성전자와 애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의 결정적 경쟁구도'라는 분석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생산 내재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강력한 하드웨어 주도의 경쟁력으로 애플을 앞서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애플을 추종하는'빠른 추격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지금은 애플을 압도하는 제조 경쟁력으로 이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