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계에서 대형 백화점은 사실상 `공룡`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언젠가 불이익을 받게 되죠”
최근 국내 대형 백화점 2곳에서 연달아 퇴점 조치를 당한 한 유아복 업체의 관계자는 이들 백화점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봄철 매장 개편에서 쫓겨났다고 털어 놓았다.
이 관계자는 A백화점이 매장의 고급화 추세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줄곧 브랜드 이름을 고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백화점의 요구에 따라 고급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원래의 브랜드에 외국어를 혼합해 사용했다.
그러나 백화점은 이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기존의 브랜드 이름을 삭제해 줄 것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한다. 유아복 업체로서는 백화점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지만, 기존의 브랜드 이름을 포기할 수 없어 매장 철수를 감수하기로 했던 셈이다.
결국 봄철 매장 개편에서 경쟁 업체인 B백화점 매장에는 단 한 곳에서도 퇴점 당하지 않았지만 A백화점에서의 영업은 접어야만 했다.
유아복 업체 관계자는 “당시 다른 유아복 업체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 반응 및 판매 실적이 뒤지지 않았는데도 백화점 측이 매출부진 등을 이유로 매장 개편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유아복 업체는 또 다른 C백화점에게도 `괘씸죄`에 걸려 오는 2월중 매장 7곳을 철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 업체와 백화점의 관계에는 위의 사례보다 좀더 복잡한 역학 관계가 숨어있다. 지난 70년대 말 사업을 시작한 유아복 업체는 C백화점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유아복 업체가 할인점 출점에 비중을 높이면서 C백화점과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C백화점은 국내 대형 백화점으로는 유일하게 할인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이기 때문에, B백화점이 운영하는 할인점에 독점적으로 입점한 이 유아복 업체가 곱게 보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유아복 매장을 퇴점 조치한 두 백화점은 공히 “이 업체의 브랜드는 백화점의 고급화 추세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출도 계속 줄고 있어 봄철 매장 개편에서 철수 시킨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물론 백화점도 자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임에는 틀림 없다. 이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백화점들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의 횡포에 수많은 중ㆍ소 업체들이 분루(憤淚)를 삼키고 있다.
<안길수기자(생활산업부) coolas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