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이 치러짐에 따라 한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던 유럽연합(EU)의 주요 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독일은 총선을 앞두고 은행연합ㆍ그리스 추가 구제 등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의 압승으로 정책 추진 속도에 탄력이 전망된다.
우선 EU 전문가들은 독일 총선 이후 EU가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추진중인 은행연합(Banking Union)의 핵심 과제들이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연합은 ▦EU 공동의‘은행단일감독기구’(SSM)를 설립하고 ▦부실은행을 통일적으로 처리하는 ‘단일정리체제’(SRM)를 구축하며 ▦단일예금보장 체제를 마련하는 3단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은행연합의 첫 번째 단계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두 번째 단계는 그간 독일의 유보적인 입장으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독일은 단일정리체제 출범을 위해서는 EU 설립 조약 변경이 필요하다면서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해왔다.
EU 전문 매체들은 “메르켈 3기 정부가 어떤 형태의 연정을 구성하든 독일의 EU 정책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만큼 독일의 기존 입장이 완화돼 재정 부담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14일 열린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독일 측이 설립조약 변경 없이 기존 조약의 규정과 아울러 EU 집행위원회 규정, 그리고 ECB 규약 등을 근거로 ‘범유럽은행정리기구’ 설립을 용인할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단일은행정리 체제 구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독일은 새로운 기구 설립으로 EU 집행위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이 기구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기구 이사회에 각국 정부와 ECB가 참여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독일은 단일정리체제에 의한 규제 대상 은행은 130여 개 대규모 은행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중소규모 은행은 점진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공산이 크다. 그간 독일 집권 연정은 정부가 그리스에 돈을 대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유권자들의 반발을 감안, 그리스 추가 구제 문제에 사실상 침묵해 왔다.
하지만 독일도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어 추가 지원이 타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앞서 그리스는 2010년 5월 1차로 1,110억 유로를 지원받은 데 이어 2014년 7월까지 1,400억 유로를 받는 2차 구제금융안을 작년 2월 국제사회로부터 승인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