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인수한 석유생산 광구, 작지만 잠재성 커"

SK이노베이션 김경준 부장, 1년중 4개월이상 美 머물며
100년 전 광권까지 꼼꼼히 확인
셰일가스 채굴기술 확보 큰 성과


김경준(사진) SK이노베이션 E&P 사업개발팀 부장은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석유생산 광구 인수를 위한 사업계획서가 수리됐다는 통보를 받고 "이제 다 됐다"고 한시름을 놓았다. 지난 1983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한 SK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기 위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의 실무를 도맡았던 김 부장은 1998년 ㈜선경에 입사해 2003년부터 에너지 분야를 전담한 베테랑.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인수 뒤에도 그가 있었다. 이번 석유생산 광구 인수를 위해 3년을 준비했고 최근 1년 중에 3분의1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번 인수는 증권시장에서도 호재로 평가돼 주가도 크게 올랐다.

SK가 이번 인수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14일 만난 김 부장은 "우리도 처음에는 큰 광구를 인수하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그런 광구는 비싼 가격에 살 위험이 높다고 보고 그보다 작은 규모의 광구를 찾다가 이번 인수가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중남미나 아프리카처럼 정치적 리스크는 없지만 완전경쟁시장인 탓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번에 인수한 2개의 광구는 하루 생산량이 총 3,250배럴 규모 수준이지만 잠재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미국은 유일하게 땅 주인에게 천연자원 채굴권을 주고 땅밑 권리는 따로 거래한다"면서 "이들 광구를 인수하기 위해 땅 주인뿐 아니라 광구에 대한 권리를 100년 전 것부터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텍사스광구의 땅 주인은 텍사스대다. 전 주인이 대학에 기부한 것인데 텍사스대가 자원개발사에 땅을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가 쏠쏠하다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이번에 인수한 광구에 유정을 더 뚫어 개발하면 가채매장량이 예상보다 늘 것으로 자신했다. 지금 생산 중인 층 밑에서 셰일가스도 추가로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석유광구 인수는 셰일가스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을 얻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기존의 광구는 땅에 빨대를 꽂듯 위에 구멍을 내면 석유 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평가 받는 셰일가스는 위의 지층이 단단해 'ㄴ'자 형태로 파고들어가 가스를 얻어야만 한다. 석유 광구를 인수하면서 채굴 기술인력도 SK 측에서 흡수하기로 한 것이다. 김 부장은 "얼마까지 파고들어가서 관을 꺾을지 같은 채굴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인수로 이 같은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성과"라며 "앞으로 미국 내에서의 사업확대도 고려 중"이라며 사업확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자원개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작지만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메이저 업체들과 겨룰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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