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상사 청문회

GE에선 신임상사가 부임하면 부하 직원들과 동화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신임상사에 대한 청문회(?)라고나 할까. 형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같은 조직 사람이 아닌 독립된 진행자가 부하 직원들과 함께 다섯 가지의 질문 사항에 대해 얘기한다. 신임 상사에 대해 부하 직원이 알고 있는 것, 더 알고 싶은 것, 신임 상사가 우리 조직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우려와 관심 사항, 그리고 제안 사항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GE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동화과정(Assimilation)을 위한 기본 내용들이다. 부하 직원들은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소문이나 들어서 알고 있는 바에 따라 답변하고 기록한다. 이때 신임 상사는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자유 토론을 유도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신임 상사가 들어와 기록을 보며 항목별로 조직원들이 알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힌다. 이 제도가 지니는 장점은 많다. 첫째 조직원은 궁금한 내용들을 직접 들음으로써 불분명한 뜬소문에 의한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된다. 둘째 상사는 조직에서 흔히 일어나는 궐석 재판에 의한 잘못된 평가를 면할 수 있고 부하 직원들이 잘못된 선입견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셋째 새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또 자신을 알림으로써 출발부터 팀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넷째 신임상사는 팀원들의 제안 및 우려를 알게 되고, 팀원들 또한 신임상사의 업무 스타일이나 비전 등을 공개적으로 듣게 됨으로써 투명한 조직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국내 기업에선 상사들이 베일에 가려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럼으로써 온갖 소문이 시시각각 때로는 상반되게 난무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입 소문이나 추측으로 인한 오해도 있게 마련이고 이는 음양으로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조직의 장이라면 아랫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말해주지 않은 채 “그것도 몰랐어”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사가 아닌지, 그 때문에 많은 부하들을 쓸데없는 일에 고심하고 신경 쓰게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상사 청문회`는 간단하면서도 많은 장점이 있는 만큼 국내기업에서도 도입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채욱(GE코리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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