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만 결연한 부동산대책

지난 29일 오후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나선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표정은 결연했다. 회견도중 그는 “부동산을 통한 이윤이 금융자산 운용소득을 초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연신 강조했다. 반드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표현했던 것이다. 이어 김 부총리의 입을 통해 발표된 정부 방안들은 과연 `종합대책`이라는 제목이 걸맞을 만큼 다양했다. 하지만 그 내실을 살펴보자면 `잔치만 거창했지 먹을 것은 없는 밥상`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주택거래신고제의 경우 실무진의 논의도 없이 회견 직전에 급조돼 건설교통부 담당자조차 오히려 기자에게 그 시행 여부를 반문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12~13곳의 강북뉴타운 개발 후보지를 추가로 지정해 2012년까지 서울에서만 20여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대책만 해도 실효성 있는 재정지원책이 병행되지 않아 그 실현가능성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한 대형건설업체의 주택사업담당임원은 “뉴타운개발에는 토지보상과 기반시설확충에 큰 돈이 든다”며, “더구나 단기에 십여곳의 뉴타운을 짓겠다면 국민주택기금 저리융자 정도론 어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2단계 방안으로 실시하겠다는 고강도 대책도 그 적용범위가 국지적일 것으로 전망돼 실효여부가 분명치 않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는 주택거래허가제는 투기지역에만 국한될 예정이어서 비투기지역으로 투기열기가 옮겨 붙도록 자극할 우려가 있다. 분양가 규제가 병행되지 않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일부 재건축조합이 일반아파트 분양가를 올려 그 비용부담을 전가시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규주택 가격만 자극할 우려를 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책에 대한 주택시장 관계자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기껏해야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일부 3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보유 주택중 일부를 연내에 내놓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부동산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그 해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말만 앞서고 실행은 미미한 `맹물행정`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좀더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민병권기자(건설부동산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