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융시장 '흔들'에 유가까지 급등

환율.주가 하락… 유가·집값 상승

연초부터 환율, 주식 등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제유가 급등세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최대 위험요인인 데다 환율하락은 수출을 위협하고, 주식시장 하락은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어서 5% 경제성장률달성과 35만∼4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 환율 불안 올들어 불거졌던 환율불안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에 종가기준으로 1천11.60원이었으나 새해벽두부터 급락세를 이어가 지난 12일에는 974.00까지 추락했다. 12일 환율은 97년 11월5일 969.80 이후 최저치다. 올들어 환율하락은 미국 금리인상 중단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으로 촉발됐다. 이후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과 미국경제 호조에 힘입어 다시 상승세를 보여 18일에는 992.10원까지 올라갔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경기 호조로 인해 글로벌 달러의 약세가 잠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환율이 다시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다"면서"오는 31일 예정돼 있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원.달러 환율 흐름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이 남아있고 한국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환율하락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수를 자극하지만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에 해당된다. ◇국제유가도 불안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는 배럴당 59.76달러로 전날보다 1.06달러 올라 최고가를 기록하며 60달러대에 근접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비중이 가장 큰 중동산 원유 도입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올해 평균 가격은 57.44달러로 지난해 49.37달러보다 16.3% 올랐고 국내주요 경제기관과 정부의 전망치 54∼56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현물가도 올들어 18일까지 배럴당 64.01달러에달해 작년 한해 평균 56.46달러에 비해 7.5달러 가량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WTI 등 다른 국제유가는 미국 동북부의 온화한 날씨로 인해 미국석유제품 재고가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하락했으나 두바이유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 나이지리아의 공급 차질 우려 등이 뒤늦게 반영돼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연초부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제 원유시장의 여건이애초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성권 애널리스트는 "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주변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나가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따라 증가세가 현저하게 꺾일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과 중국의 석유 수요가 올해에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수급불안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원유 수입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환율 하락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가가 연평균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2∼0.3%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2∼0.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내세운 5%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주식도 불안 주식시장은 이틀 연속 급락하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난 17∼18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 코스피지수는 68.88포인트(4.84%), 코스닥지수는 46.89포인트(6.21%) 떨어졌다. 특히 전날에는 코스닥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마저발동되는 등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다행히 19일에는 폭락세가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대세 상승추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고 올해도 상승세가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던 투자심리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그간 쉼없이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주춤하고 있을뿐 대세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주가를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린 두 가지 변수, 즉 저평가 매력과 간접투자 자금의 증시 유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틀 간의 폭락세는 그동안 지속됐던 상승세의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울러 라이브도어의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일본 증시의 폭락, 인텔과 야후 등 미국 기술주의 부진한 실적발표, 66달러로 다시 치솟은 국제유가, 주식양도차익 과세 전면 확대설 등의 외부요인들이 겹치며 주가급락을 부추겼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세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에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인식에 동조했지만 끊임없이 유입되는 자금 흐름에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해왔다"면서 "이에 따라탈출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외부 악재들이 탈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진단과 달리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인 1,421.79를 정점으로 하락국면으로 반전하는 것이라면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민간소비 회복 추세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자산효과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견해라는 것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은 소비회복의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집값 불안 8.31 대책이 올들어 시행에 들어갔지만 아파트 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관망세 속에 거래는 많지 않지만 1월 첫째주 0.1% 오름세를 보인데 이어 둘째주에는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0.33% 상승하면서 변동폭이 확대됐다. 또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바뀌면서 전세 가격이 4년만에 겨울 방학 특수를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오름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여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셈이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들어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산.서민층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기본금리는 연 6.18%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올들어 0.08%포인트나 올랐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출 금리의 상승은 소득이나 자산이 적은 하위 계층에 더 부담을 줘 살아나고있는 소비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세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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