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효과 솔솔 초엔고시대 끝나나

엔달러 200일 이평선 내림세


외환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을 고사시켜온 '초엔고' 추세가 마침내 터닝포인트를 맞았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를 계기로 그동안 달러당 70엔대에서 고공비행하던 엔화 가치가 80엔대로 올라서자 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초강세를 이어온 엔화가 마침내 장기적인 약세의 문턱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은 2일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탈피와 엔고 저지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시장에서 외환시장 흐름이 기존의 엔고에서 엔저ㆍ강달러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 대비 0.32엔 하락한 달러화 대비 80.31엔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일 종가 77.92엔에 비하면 눈에 띄는 약세다.

특히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중장기 환율 추세의 가늠자가 되는 엔ㆍ달러 환율의 200일 이동평균이 최근 들어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200일 이동평균은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엔고 추세 지속을 예고해왔지만 올 봄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이후 엔저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대규모 엔화 매도 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수 차례에 걸쳐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해왔다"며 약 1년에 걸친 정부와 중앙은행의 엔고 대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도쿄 소재 헤지펀드인 심포니파이낸셜파트너스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바란은 일본은행의 엔고 대책 노력에 힘입어 외환시장에 "주요 터닝포인트가 임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전략가들도 엔화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노무라는 올해 말 엔ㆍ달러 환율이 2009년 이래 최고(엔화 약세) 수준인 달러당 82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BNP파리바의 다카다 마사후미 외환 전략가도 앞으로 6개월 내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85엔을 돌파할 것이라는 약세 전망을 내놓았다.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켄 딕슨 매니저는 "향후 2~3년에 걸쳐 달러가 엔화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엔화 가치의 방향성 전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이베르거베르만의 우고 란치오니 디렉터는 "이런 일은 예전에도 수 차례 겪어왔다"며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나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불거지면 안전자산 선호 투자가 몰리면서 엔화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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