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어제(6일) 종합주가 지수는 전날보다 4.19포인트 하락한 555.33으로 2001년 11월2일(560.57)이래 1년4개월 만에 최저 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1.17포인트 떨어진 38.19로 장(場)이 마감돼 사상 최저 치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 증시가 이처럼 붕괴직전에 이르자 객장은 지금 심리적인 공황상태나 마찬가지다. 증시가 중동전 발발 가능성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 지난해 연말이래 쏟아지고 있는 각종 악재에 충격흡수력 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증시는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동조성을 띄면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비단 한국증시뿐만 아니라 뉴욕의 증시를 비롯해 세계각국의 증시가 맥을 못 추기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증시가 유독 심각한 것은 북한 핵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덧붙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반도의 불안한 상황을 이유로 등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이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ㆍ소비ㆍ투자ㆍ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판국에 주가마저 곤두박질, 위기감 마저 고조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 하락 속의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증시는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투영하는 거울이다. 따라서 증시를 보면 그 나라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자금의 직접 조달창구라는 점에서도 증시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증시가 갈아 앉기 시작하면서 자금의 직접 조달이 불가능해지고 이제는 붕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특히 코스닥은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다. 코스닥은 한때 벤처 붐을 타고 2000년 3월10일에는 지수가 최고 치인 283.44를 기록했다. 종합주가 지수도 500선이 위험이 하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변수는 중동전 발발 가능성과 이에 따른 고유가, 다음이 북한 핵 문제이다. 이 가운데 북한 핵 문제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북한 핵 문제 만이라도 제거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정말 다행이다. 코스닥은 어느 면에서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지만 등록에서부터 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등록 후에도 감독을 강화, `머니 게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증시를 시장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처방을 고심해야 할 때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