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920~30년대 대공황이후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기하강 국면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여파로 인해 금리인하와 유가하락에 따른 경기회복 효과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세계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미국보다 경기순환이 6~8개월 늦은 유럽 역시 본격적인 경기둔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도 급격한 경제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이들 대다수 국가가 경제의 상당부문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9.11 테러는 세계경제에 여러가지 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이 중에는 부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미국과 유럽이 공조한 가운데 신속한 통화공급 완화ㆍ세금감면ㆍ재정확대 정책이 펼쳐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늘어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보다는 재고 소진에 주력하고, 소비자들 역시 돈 씀씀이를 줄이면서 수요가 급감하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2001년 4ㆍ4분기는 현 경기 사이클 중 최저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경기 침체가 과거보다 빠른 기간 내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선진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우량기업과 비 우량기업간 채권 금리 차이를 좁히는 것이다. 현재 정크본드 직전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의 채권 금리는 12~14%에 달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한 가산금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의 허약한 경제구조로 인해 10년만기 채권금리는 20%이상으로 뛰어 올랐으며,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기업은 부도를 막기 위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남미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은 스페인 은행들도 이미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져 있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문제는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길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확대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데 이는 자칫 장기채에 대한 금리를 인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채권 가산금리 인상을 피하고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부시 행정부는 이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는 투자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회복에도 큰 효과가 없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가용(可用) 소득이 빠른 시일 내에 늘어나야 한다.
수요가 있어야만 기업들의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고, 또 채권금리도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책이 실시될 경우 미국경제는 9.11 테러이전에 확산됐던 낙관적인 전망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경제가 회복돼야만 세계의 다른 국가들도 신속하게 경기회복을 진행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 같은 측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책 담당자들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케네스 커티스<골드만삭스 亞담당부회장>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