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열리면 뭘하나

이번 임시국회는 야당이 검찰파동과 관련, 법무장관 해임건의안및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제출, 한일어업협상 타결이후의 어민대책, 대기업 빅딜 후유증 등을 내세워 소집했다. 한번쯤은 국회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다.그런데도 불구, 반쪽 국회가 되게 된 것은 야당이 국회를 소집한 속내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풍(稅風)사건에 연루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서상목(徐相穆)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했다는 것이 여당의 불참이유다. 여당측의 주장에 따르면 徐의원을 위한 방탄용 국회는 이번으로 벌써 네번째다. 「국회의원의 회기중 불체포 특권」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徐의원의 경우는 특권의 남용이나 다름없다. 실로 부끄러운 국회의 자화상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처럼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는 이 지구상에는 없을성 싶다. 지난해만도 정기국회를 포함, 무려 13차례나 열렸다. 형식상 회기는 300일을 넘어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나 이 가운데 240일은 공전상태였다. 소집사유가 없는데도 야당은 徐의원 등 특정의원들의 구속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마구 소집한 것이다. 국민들 치고 세비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 국회에는 심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시급한 법안들이 한 둘이 아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개악(改惡)으로 통과된 법률들은 재개정을 해야 할 처지며 정부조직법도 이번에 손을 대야 한다. 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한 마당에 장외(場外)투쟁은 그만두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여당도 책임이 크다. 야당이 더 이상 장외로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올들어 경제회복기미가 완연해지면서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덩달아 상향조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구조조정도 순조롭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매듭을 지어가는 단계다. 변수는 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데도 국회는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행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이 구조조정을 할 차례다. 국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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