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출시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약관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운용사나 판매사가 해당 상품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협회의 광고심의를 거쳐야 한다. 약관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품 자체를 팔지 못하고 광고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상품을 광고할 수 없다. 광고할 때는 이익보장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어서는 안 되고 수익률이 좋았을 때의 실적만 보여줘도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매달 10만원 혹은 그 이하의 금액을 불입하는 펀드도 이런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판매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평생 힘들게 모은 종자돈이나 퇴직금 등으로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선택하는 상가 등의 경우에는 이런 절차가 전무하다. 사전 심의절차가 없다 보니 지금도 많은 건설업체들이 각종 전단지 및 인터넷 광고를 통해 ‘확정 수익률 00% 지급’ ‘임대수익 보장’ 등의 문구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열에 아홉은 거짓인 경우가 많다.
사전심의가 없을 뿐 아니라 사후단속도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2006년 명동 한복판에서 상가를 분양하면서 미국 유명 백화점이 입점한 것처럼 속여 수백명의 투자자를 끌어들인 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시정명령’이 전부였다. 이미 수백억원에 달하는 수많은 사람의 퇴직금ㆍ노후자금이 날아간 상태에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은 하나 마나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엊그제 공정위는 동탄에서 과장광고를 하고 불공정한 약관을 만든 한 아파트 사업자를 적발했다. 공정위는 부당한 약관을 수정, 삭제하도록 지시하며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부당한 일들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허위ㆍ과장 광고에 속아 수십년 동안 모아온 자금을 날린 투자자가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하고 있을지 모른다. 공정위는 상가 및 아파트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인원 부족을 핑계로 뻔히 예상되는 피해를 방치할 작정이라면 ‘불공정한 관행’이 저절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