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주지사 취임식 검소하게

내달 중순께 열릴 예정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취임행사는 이제까지의 주지사 취임식에 비해 훨씬 검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을 준비중인 보좌관들에 따르면 이번 취임식은 화려한 만찬이나 기념 이벤트를 극히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인사들만 초청하는 소규모로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다. 관계자들에게는 이번 취임식을 대표하는 단어로 축하 분위기가 나는 `취임`(inauguration)보다는 좀더 공적인 `취임선서`(swearing-in)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같은 이례적인 조촐한 취임식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캘리포니아주가 직면한 엄청난 재정적자라는 부담이 있으며 또 전임자의 임기가 끝나서가 아닌 소환선거에 의한 주지사직 인수라는 특별한 분위기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취임식까지 슈워제네거 당선자가 파악하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요란한 축하파티가 걸맞지 않다는 것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가 할리웃의 돈을 끌어들였던 배우인데다 캠페인 기간에도 전용 제트기나 맞춤버스 등을 동원했던 재력, 또 랍로우나 데니스 밀러 등 할리웃 유명 인사까지 끌어들였던 전력을 바탕으로 거창한 취임행사나 만찬을 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슈워제네거 정권 인수팀의 한 관계자는 "그같은 추측은 슈워제네거의 오스카 스타일 친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만약에 축하파티가 있더라도 아주 소규모로 사적으로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정부의 재정이 악화 상태인데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취임식은 어울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신임 주지사 취임식이 그러했듯이 기업이나 단체의 기부금으로 행사를 치른 후 그 채무 상환에 대한 짐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새 주지사의 견해라고도 말했다. 주상원 공화당 리더이자 슈워제네거 당선자의 자문인 짐 브럴티도 새 주지사 축하파티를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슈워제네거는 다음달에는 내년도 예산안 초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재무국장과 각 부서장 및 수백여 주요 공직자를 선임해야 하며 미국 최대의 주살림 운영의 묘를 세워야 한다. 한편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 당선자는 380억달러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지출을 제한하는 포괄적 주 헌법개정 승인을 2004년 가을에 유권자에게 직접 요청하는 방안을 16일 LA타임스가 전했다. 이 신문은 그 외에도 수년간 누적돼 온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107억달러 규모 채권발행 여부에 대한 주민 의사를 물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슈워제네거 당선자측 H.D. 파머 대변인은 주지사 당선자는 "주예산 지출내역에 대한 검토 작업중인 슈워제네거가 지출 상한제(spending cap)는 매우 필요한 것으로 본다는 점을 매우 강력히 밝혔다"고 말했다며 "주의회와 공조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 직접 현안을 호소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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