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재앙] "출산·육아 비용은 모두 정부가… 돈 걱정은 없어요"

3부. 세계 인구대전 현장을 가다 <2> 출산에 목숨 건 프랑스
"가족 지원은 미래위한 투자" GDP 대비 한국 10배 달해
건보·연금 재정유출 감안땐 고령화 국가비용 모두 상쇄

자녀들과 함께 장을 보고 돌아가는 파리 시민. 프랑스 엄마들은 정부에서 다양한 수당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자녀를 여럿 낳고도 생활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지난 8월 마지막 토요일의 프랑스 파리. 일요일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장을 보느라 부산했다. 파리 동부 20구의 한 과일가게에서 사과ㆍ포도 등을 사고 있는 오르앙 에마뉴엘(37)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내와 6세ㆍ3세짜리 두 아들, 첫 돌을 앞둔 막내딸을 데리고 시장에 나왔다. 에마뉴엘씨 부부에게 '세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별 문제 없다. 정부에서 돈을 받으니까"였다. 옆에 있던 그의 아내는 "정부가 아이 기르는 비용을 모두 지원해주는 프랑스 정책이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출산ㆍ양육에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7%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비현금성 지원까지 포함하면 4.7%, 우리 돈으로 약 150조원 규모를 쓴다. 양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지원이 0.5%도 되지 않는 데 비하면 거의 10배 수준이다. 이런 노력은 출산율 제고로 나타났다. 1994년 1.6명대로 유럽 내에서 최저 수준이던 프랑스 출산율은 어느덧 2명(2008년 2.02명)을 넘어섰다. ◇인구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라=프랑스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국가의 역량을 인구 문제 해소에 집중했다. 정부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수십년간 조직을 확대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프랑스가 얼마나 인구 문제에 신경을 쓰는지는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만 봐도 알 수 있다. INED에는 우리나라 여성부(약 100명)보다 많은 120여명(정규직 66명)의 전문가가 다방면에서 인구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특히 1990년대 들어 가족 관련 수당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프 슈테크 국립가족수당금고(CNAF) 총괄담당자는 이를 가리켜 "가족에 대한 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슈테크씨는 "출산과 육아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돼 연금과 건강보험을 내기 때문에 국가에서 고령화에 따라 부담해야 할 비용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프랑스 인구는 오는 2050년 유럽 최고 수준이 돼 적어도 인구 때문에 경제 성장을 걱정할 일은 없다. 슈테크씨 말대로라면 프랑스는 녹색성장 동력으로 '출산'을 선택한 셈이다. ◇엄마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자유=프랑스 정부는 다양한 '가족수당제도'를 통해 자녀양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랑스만의 특징이라면 부모의 상황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INED 연구원인 마리 테레사 소르본대 교수는 "여성이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쓰고 난 뒤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키울지는 전적으로 자신이 정하며 국가는 그 선택대로 다양하게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테레사 교수는 "직장을 떠나 양육만 담당해도 사회보험 형태의 급여(가족수당)가 지급되고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보육원을 보내든 가정에서 보육사를 고용하든 정부에서 모두 책임을 진다"며 "다양한 정책이 종합적으로 효과를 발휘해 출산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직장여성은 자녀가 3세가 넘으면 일터로 돌아간다. 직장 복귀는 법으로 보장된다. 취학 전 3~6세 아동은 90% 이상이 국공립유치원(ecole maternelle)에 맡겨진다. 물론 이용료는 무료이다. 영유아 양육비용 외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도 프랑스가 가족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는 것들이다. 유럽연합(EU) 국가의 아동복지 등을 연구하는 유로차일드의 마팔다 릴 정책담당자는 "직장여성의 아동양육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족친화적(family-friendly)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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